아름다움에 대한 세상의 왜곡된 찬양, 셀러브리티의 허황함, 패션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기만적 속성,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이중적 심리까지…. 작가는 이 모든 내용을 거침없는 입담과 뼈 있는 유머로 녹여내 한층 더 발칙하고 유니크한 소설을 탄생시켰다.
미주리 주의 시골 마을 이스트트롤리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베키 랜들.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는 없었고, 몸무게가 180킬로그램 가까이 나가는 엄마는 소파에서 생활하다시피 한다. 평생 이스트트롤리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베키는 대학에 갈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이, 곧 폐점할 예정인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갑작스레 세상을 뜨고 엄마의 유품에서 디자이너 톰 켈리의 전화번호가 나오면서 베키의 인생은 백팔십도 달라진다. 망설임 끝에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베키에게 뉴욕행 비행기표와 천 달러를 줄 테니 당장 뉴욕으로 오라고 하고, 그렇게 날아간 뉴욕에서 베키는 톰 켈리를 만난다.
톰 켈리. 그는 "할인매장용 청바지와 고급 디자이너 청바지 뒷주머니부터, 남성용 사각팬티의 허리밴드, 여성용 검정 레이스 끈팬티의 솔기에까지" 이름이 새겨져 있는 디자이너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의 브랜드를 볼 수 있는 전설적인 존재다.
그가 베키를 뉴욕까지 부른 건 다름 아닌 베키의 엄마 로버타와의 과거 인연 때문. 그는 베키에게 톰 켈리 브랜드의 모델이었던 엄마의 과거를 알려주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베키에게 빨간색, 흰색, 검은색 세 벌의 드레스를 만들어주겠다는 것, 그리고 그 드레스를 입으면 베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라는 것.
톰 켈리의 말을 믿지 않던 베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가 디자인한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순간 마법처럼 세계 최고의 미녀 리베카가 된다.
단 이 변신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으니, 베키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건 오직 다른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때뿐이고 베키 혼자 있을 때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베키가 계속 리베카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 년 안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초절정 미녀가 된 주인공은 '보그' 표지 모델이 되고 영화 촬영을 하며 셀러브리티로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리베카는 화상병동 확장 기금 마련을 돕기 위해 방문한 어린이 병원에서 영국 왕자 그레고리를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병원 견학과 왕자와의 만남을 통해 리베카는 아름다운 자신의 외모를 활용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가장 거창한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레고리 왕자와 결혼해 왕세자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리베카는 왕자를 사랑하느냐는 톰 켈리의 질문을 받고 깊은 고뇌에 빠진다. 과연 나는 그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단지 그가 내게 해줄 수 있는 일들과 그가 보여준 엄청난 권력을 사랑하는 걸까?
그가 왕자이고 부자고 잘생겼다는 점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 혹시 내가 리베카로 남기 위해 왕자를 이용하는 건가? 그런데 왕자가 사랑하는 건 누구지? 그가 결혼하려는 사람은 리베카인가, 베키인가? 이 남자가 사랑하는 것은 나의 외모일까, 나의 인격일까?
그녀가 이 모든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건 베키와 리베카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시골 출신 평범한 여자애와 불가능하리만큼 아름다운 미인. 슈퍼마켓 계산원과 톱스타. 졸업파티에 함께 갈 파트너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베키와 잘나가는 영화배우와 가짜 연애를 하고 왕자와 결혼을 하려는 리베카.
사람들 앞에서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리베카가 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여전히 소심하고 존재감 없는 베키일 뿐인 변신의 법칙은 그녀의 이런 고뇌를 한층 더 깊게, 한층 더 구체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작가는 아름다움이라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집요하게 파고들며 베키를 점점 궁지에 몰아넣고 이야기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이 황당하면서도 유쾌하고 진지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과연 베키는 스스로의 외모에 위축되거나 톰 켈리의 마법에 농락당하지 않은 채 진짜 자기 자신이 되어 사랑도, 행복한 삶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폴 러드닉 지음 |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440쪽 | 1만4500원
아빠는 어린 앨에게 '9년 전에 일어난 일을 보여 주겠다'고 한다. 어리둥절한 앨에게 아빠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시리우스'라는 별을 가리키며, 지구에서 81조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시리우스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9년 가까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니 시리우스라는 별을 보는 일은 9년 전에 일어난 일을 보는 셈이다.
아빠는 이처럼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시간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며 우주에 관한 과학 지식을 신비롭게 들려준다.
또한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이론으로 알려져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아빠는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 상대성 이론 같은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아인슈타인이 비유적으로 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뜨거운 난로 위에 손을 1초 동안 올려놓으면 그 1초는 마치 한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미녀와 1시간 동안 벤치에 앉아 있으면 그 시간은 마치 1초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 원리"라고.
더불어 우리는 우주선 같은 것을 타고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날아가는 시간 여행을 상상하지만 아직까지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아빠가 만든 타임머신의 작동 원리를 슬그머니 끌어들여 이야기를 생생하게 이어간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이동하려면 슈퍼에너지가 아니라 수학 공식이 필요한데, 아빠가 올바른 수학 공식을 알아냈기 때문에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흥미로운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시간 여행'의 모험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고, 과학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제공한다.
로스 웰포드 지음 | 김루시아 옮김 | 세종주니어 | 440쪽 | 1만3000원
대표적으로 영화에서는 우주선 디스커버리 호가 목성을 목적지로 하고 있었지만, 소설에서는 디스커버리 호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속력을 올린 다음 목적지인 토성으로 날아간다. 디스커버리 호가 이용한 이 '섭동(攝動) 기동'은 11년 후 우주선 보이저 1호가 실제로 정확히 그대로 이용했다.
예견했던 것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1945년 발표한 '정지궤도'에 관한 논문이다. 논문에서 인류의 로켓 기술이 발달한다면, 지구 상공에 위성을 쏘아 올려 특정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게 되고, 위성은 지구의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며 통신이나 방송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세계 최초 정지궤도용 통신 위성이 발사된 때가 1963년이니 아서 클라크의 아이디어는 시대를 약 20년이나 앞선 셈이다.
이 외에도 유선을 통해 엄청난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과 핵추진 우주선, 우주 정거장과 우주 방위 시스템, NASA 등에서 현재 연구 중이며 일본 학자들이 최근 그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우주 엘리베이터' 등이 모두 그의 소설 속에서 가장 먼저 선보여졌다.
미래에 대한 그의 놀라운 식견은 인류의 과학 발전과 우주 여행의 원동력이 되었으다.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달에 발을 내딛은 그 순간에, 아서 C. 클라크가 바로 이 우주시대를 열었다는 격찬을 보내기도 했다.
아서 C. 클라크 지음 | 김승욱, 이지연,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356,468,356,312쪽 | 각 권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