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시신은 아들 김한솔에 의해 중국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한솔은 21일 오전 현재까지 정확한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날 밤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고 부친의 시신 확인 절차까지 마쳤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소행이 확실시되는 독살테러로 숨진 지 1주일만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시신 인도를 강력 요구하는 북한을 뿌리치고 유가족에 우선권을 줬다. 그러나 중국 마카오에 살고 있는 김한솔은 신변 위협 때문인지 발만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신세였다.
김한솔이 어려운 걸음을 한 데에는 더 지체할 경우 부친의 시신이 북한 당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중국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신변 안전 보장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사실상 자신들의 보호 하에 있던 김정남을 북한 당국이 제거한 것에 대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정남은 북한 정권의 '창업자' 김일성의 장손으로서 적통을 물려받았다. 김정은에 의해 숙청된 장성택과 함께 중국식 개혁개방을 선호하는 '친중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중국으로선 북한에 대한 지렛대인 김정남을 잃은 마당에 김한솔 만큼은 철저히 보호해야 할 '핵심 자산'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김한솔은 물론 김정남 마저도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혀진 존재다.
하지만 고모부에 이어 이복형까지 처단한 골육상쟁의 참혹상은 언젠가 알려질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 '원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김정남 시신을 어떻게든 확보해서 범행의 증거를 최대한 물타기 해야할 절박성이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선, 숨진 김정남이나 그 직계 후손인 김한솔 모두 중국의 관할 하에 있다는 점을 시위할 필요가 커졌다.
북한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이 여러 뒤탈을 무릅쓰고 이복형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관측이 엇갈린다.
김정남이 비록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 하더라도 별 위협적 존재가 되진 못했다. 때문에 김정남이 한국 등으로 망명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공작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김정남은 제거됐지만 북한 정권의 '적통'인 김한솔에 대한 주목 효과는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자충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