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분노를 쓰면 피바람" vs 文 "분노 없이 정의 못 세워"

文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기득권 세력과 손잡는 방식으론 적폐청산 못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안 지사의 이른바 '선한의지' 발언 이후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1위를 이어가진 연초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왔지만 안 지사의 최근 약진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위협받으면서 두 사람의 충돌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20일 서울 용산우체국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될 지도자일 때 분노라는 감정은 너무 조심스럽다. 지도자로서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난다"는 전날 안 지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나"라고 안 지사를 정조준 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지금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대개혁을 요구하는데 그것은 정말 오래된 적폐에 대한 뜨거운 분노, 그것을 혁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기득권 세력과 적절하게 손잡고 타협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과 대연정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발언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안 지사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안 지사의 최근 행보를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기득권 세력과 적절하게 손잡고 타협하는 그런 방식'으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의 발언 직후 한 측근은 "안 지사도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충돌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K스포츠·미르재단도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에 (박 대통령이 설립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한 뒤 두 사람은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발언이 알려진 뒤 문 전 대표는 20일 "안 지사가 선의로 한 말 이겠지만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고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안 지사는 같은날 자신의 경선 캠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저는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될 지도자일 때 그 분노라는 감정이 너무 조심스럽다"며 문 전 대표의 '분노론'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역사를 극복하려면 역시 민주주의 밖에 없고, 헌법질서로 가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저는 대 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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