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노동자 손 잇따라 들어줘… 촛불 열기 작용했나

최근 사법부에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하는 보기 드문 '철퇴' 판결이 잇따랐다.

한국 사회의 병폐를 몰아내려는 촛불집회의 열기 속에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反)노동 문화도 몰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은 지난 20일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납품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와 창조컨설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발레오 및 창조컨설팅이 금속노조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금속노조 소속이었던 발레오만도지회 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사측은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이후 사측은 파업 복귀자와 미복귀자를 차별 대우하고, 기존 노조를 금속노조 산하가 아닌 기업노조로 대체하도록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이 과정에 수차례 전략회의를 열며 깊숙이 개입하고, 노조 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할 경우 성공보수까지 약속받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형사4단독, 양석용 판사)은 현대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유시영 대표이사에게 검찰 구형(1년)보다 더 높은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유 이사를 법정구속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대표적 노사 갈등 사업장으로 꼽혔던 유성기업 역시 창조컨설팅의 이른바 '노조파괴' 전략 시나리오대로 노조를 탄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유성기업 사측은 주간연속 2교대제 관련 교섭 도중 기습 직장폐쇄에 돌입했고, 이후 용역경비를 동원해 강제로 노조 조합원들을 공장에서 끌어냈다.

그 사이 회사는 창조컨설팅의 자문대로 제2노조를 설립하고, 조합원들을 해고하거나 징계했다.

이 과정에서 한광호 조합원이 스트레스로 중증 정신질환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근로복지공단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원청업체인 현대차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편과 재벌 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전지법은 이번 판결문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자동차측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 유시영도 회의에 참석했다"며 현대차 역시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공작'에 개입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송보석 대변인은 "근본적으로 노조 파괴와 탄압을 해결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잘 정비돼야 한다"며 "노조파괴를 막을 뿐 아니라 재벌 개혁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해 노동계로서는 한국 사회의 쌓여있는 폐단을 밀어내자는 촛불집회의 열기 속에 대표적 무(無)노조 기업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점에 고무되고 있다.

또 국회 환노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피해·이랜드파크 부당노동 강요 의혹 청문회까지 예정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노동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인만큼, 이 기회에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反)노동 문화를 뿌리뽑겠다는 각오다.

송 대변인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사회적 대화를 의무화하는 '제조업 발전 특별법'이나,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 재벌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다가올 대선 시기에 주요 의제로 문제 제기하고, 관련 투쟁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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