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런 공통점 때문인지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장본인인 최순실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7일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최순실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까 내가 못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입장을 번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비선실세로서의 최씨를 알았다고 인정한 것 아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김 전 실장도 참석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틀어주며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수차례 거론된 사실을 직접 보여주자 '이름을 들어는 봤다'며 마지못해 한 실토였다.
우 전 수석은 장모와 최씨가 골프회동을 했다는 등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지만, 청문회는 물론 특검 조사과정에서도 "최씨를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법률가로서 나름대로 최소한의 '처신'을 한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중에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최씨와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직접적인 친분이과 관계를 쌓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특검이 두 사람과 최씨가 직접 통화를 하거나 만난 사실 등 직접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특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경우 간접적으로 최씨와 관련을 맺은 정황은 적지 않지만, 직접적인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핵심 보직을 맡으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각종 이권과 인사에 개입하며 국정을 농단한 최씨의 존재를 몰랐을까.
특검은 두 사람이 최씨의 존재를 모를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박관천 전 경정이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국가 서열 1위가 최순실'이라고 밝혔을 뿐아니라 국기기밀 문서가 숱하게 빠져나가고 박 대통령과 대포폰으로 통화할 정도의 인물을 핵심 참모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청와대 안에서는 최씨와 이렇다할 접촉은 하지 않았다. 특검이 통신 내역 조회를 했어도 두 사람이 최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은 찾지 못했다.
특검은 그 이유를 최씨는 박 대통령이 노출을 꺼리는 '비선실세'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공개하지 않고 숨기는 실세를 밑에 참모들이 어떻게 아는 체하고, 설령 아는 체해도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금기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한동안은 최씨의 존재에 대해 부정했던 상황이다.
매 정권마다 막후 실세가 존재했지만, 최씨처럼 철저하게 장막 뒤에 숨으려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최씨의 어버지인 최태민씨 때문"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정권때부터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각종 이권을 개입했던 최태민씨에 이어 그의 딸이 다시 비선실세로 등장하는 것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수 없기 때문이다.
2007년 검증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최태민씨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에 곤혹을 치렀고, 최태민씨는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며 각종 의혹과 소문을 낳았다.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최씨를 숨기려 한 것은 그만큼 최씨의 존재 자체가 논란이 될수 밖에 없다는 점을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