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사는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다만사라 지역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앞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전날 말레이시아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사실상 북한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음을 시사한 것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사건이 일주일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명백한 증거와 사망 원인에 대해 경찰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북한대사관이 말레이시아 정부에 '사망한 김철'이란 사람이 북한 시민이란 것을 확인해줬는데도 불구하고 '김철'의 신원과 DNA 등에 집착하며 시신 인도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단언하면서 "사망자의 시신이 훼손이 됐을텐데 우리가 DNA를 어떻게 채취해 확인하겠나. 북한 시민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시신 인도를 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거된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북한 정부가 직접 조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용의자 2명을 북한 정부가 직접 만나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북한 정부가 참을성 있게 조사 결과를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면서 "루머를 퍼뜨린데 대해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강 대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정치적 혼란에 빠진 한국 정부가 말레이시아 정부와 결탁해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자신들에게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 한국 언론에서 먼저 보도됐다면서 "이는 한국의 연관성을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북한 대사관 앞은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철 대사가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외무부에서 다시 대사관저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 국적자로 보이는 남성 2명이 검정색 수트케이스를 들고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왜 왔느냐"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약 20분쯤 뒤 또다른 북한 남성 6명이 다시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 중 한 남성은 "자기 일 보러 왔습네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며 기자들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또다시 다른 2명의 남성이 아무런 대답없이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또 이날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언론은 물론 현지 언론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사관 일대가 혼잡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