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잡아죽이자!"…폭력과 혐오 발언 그리고 눈물 ② 집회 때마다 군복, 왜?…"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③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밀알'의 외침 ④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⑤ 21세기에 남은 박정희 시대의 한줌? 아니 '절반' ⑥ 젊은 보수주의자가 '아스팔트할배'에게 |
20·30대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해 경제는 시장에 맡기지만, 안보와 관련해서는 국가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의 보수적 가치관은 아스팔트 할배들과의 접점을 찾는 게 사실상 매우 어려웠으며 차라리 유럽의 보수정당에 가까웠다.
◇ “아스팔트 할배는 보수의 껍데기만 가져갔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고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30청년 정책단 활동까지 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아스팔트 할배들의 친박 집회가 촛불 집회에 대응하는 ‘보수 집회’라고 불리는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다.
김씨는 “아스팔트 할배들은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며 폭력을 휘두르는데, 이들과 같이 보수로 얽히는 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이 상한다”며 “언론에서 ‘보수 집회’라고 하기도 하는데, 보수의 안 좋은 면만 보여져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남표(34) 씨는 전통과 권위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인식한다면서 아스팔트 할배들이 “보수라는 단어의 껍데기만 가져다 쓰고 있다”면서 행동이나 이념에는 보수의 가치나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 세력 등에 이용당하는 친박 집회를 보면 "사조직이 더 팽창돼 있는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실제로 18일 태극기 집회에서는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조원진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해 ‘북한 지령설’, ‘고영태 게이트 조작설’ 등 근거 없는 선동에 기름을 부었다. 젊은 보수주의자들은, 아스팔트 할배들이 보수를 대표하는 현상에 특히 염증을 나타내고 있었다.
영국 보수당 정도의 이념 지형을 갖고 있다는 김지혜(35) 씨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람들 대신 저런 정치인들이 노인 세대를 이용해 보수의 아이콘을 자청하는 게 화가 난다”면서 “한국에선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면 집회 참가자들과 같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생각하는 보수'로 소개한 취업준비생 박모(29) 씨는 아스팔트 할배들의 종북 몰이에 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북한이 망하는 날까지 보수의 대표성을 저들이 가져갈까 걱정된다”고 했다. 20대인 김모 씨는 “저희 또래가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기가 돼야 바뀌지 않을까”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 "박정희나 박근혜의 원맨쇼가 아닌 본인들의 덕"
젊은 보수주의자들은 아스팔트 할배로 불리는 친박집회 참가자들이 박정희 정권을 포함한 20년 넘는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며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들이 한국전쟁부터 산업화까지 근현대사의 주축이었고, 특히 1960~70년대 국가의 경제발전에 동원돼 희생된 측면이 있음에도 그 모든 공을 ‘박정희 신화’ 만들기에만 쏟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 씨는 아스팔트 할배들이 “이 땅의 대한민국 산업화나 경제발전이 박정희 대통령의 원맨쇼 덕분이 아니라 본인들이 스스로 땀 흘리고 노력하신 결과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2017년 '아스팔트 할배'들의 심리와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1960~70년대 개인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봤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와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50여 명의 발언 중 집회 참가의 배경을 참고할 수 있는 특징적인 부분을 정리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부유한 노인들도 비슷한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세운 나라이며, 그 희생을 숭고하게 이끈 것이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생각이다. |
▲군복 무늬 외투에 탄티까지 차고 있던 김지환(73) 할아버지 "66년 월남에 파병돼 68년에 귀국했다. 백마부대 수색중대에서 근무했다.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하고 경제를 살린 것을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A(71) 할아버지 "72년 파독 광부로 가서 2년 가까이 일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참을 수 있었다. 광부를 하며 번 돈으로 유학을 하며 공부를 했는데, 아무리 어려워도 나라 탓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된다." ▲극우 진영에서 생산되는 가짜 뉴스를 믿으며 야권에 적대감이 강하던 김희순 (73) 할머니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들이 부엉이 바위에서 밀어서 죽은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정은부터 만나겠다고 한 문재인 의원은 XXX이다." ▲강국희(76) 할아버지 "어린 것들이 나라가 어지럽다고 대통령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더 힘든 시절을 살면서도 이 정도로 투정하지는 않았다." ▲두둑한 통장 잔고를 보여주던 정운재(73) 할아버지 "14개월간 베트남에서 복무했다. 여기는 노숙자랑 거지떼만 있다고들 아는데 절대 아니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젊은 세대들 고생하는 것 알아서 자리도 양보하는데, 힘든 현실은 이해하지만 나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박진철(89) 할아버지 "세월호 천막은 훨씬 오래 있었는데 우리만 핍박하니 박사모 노인이 자살한 것 아니냐. 지금보다 더 열심히 싸울 것이고 태극기 시위도 지금보다 더 격해질 필요가 있다." ▲이준휘(86) 할아버지 "집회에 나가는 것 때문에 자녀들과 불화가 심하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집회에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긴 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까지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B(73) 할아버지 "한국전쟁 때 공산군이 동네 사람들을 찔러 죽이는 것을 봐서 빨갱이들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안다. 20년 간 군대 생활을 하면서 월남전도 파병이 됐다. 고엽제 때문에 지금도 고생을 한다. 파병 때 나라가 월급은 나라가 다 떼가고 우리는 극히 일부만 받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썼고 그 덕에 우리나라도 살기 좋아졌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나라에서 보상도 해주는데 이런 집회에 안 나오면 안된다." ▲해병대 출신이라고만 밝힌 한 할아버지 "2~30대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고 쓰인 시청 현판을 가리키며) 감성적인 저런 것에 혹해서 확 몰린다. 젊은 사람들은 다들 귀하게 자라서 애국하는 마음을 모른다." ▲군사독재 시절을 추억하는 이희중(65) 할아버지 "대한민국은 나이 든 사람들이 부국강병을 해서 만들었는데 젊은 층은 그것을 부정한다. 군정을 할 때 상당한 국가발전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를 살면서 전혀 독재국가라는 것을 모르고 근면하게 일을 하면서 살았다. 세월호 사건은 하나의 해상 교통사고이고 국가에서 보상해줬으면 그만해야 한다." ▲베트남 파병 전우들과 집회에 나온다는 김남석(72) 할아버지 "전우들과 함께 서초동 근처에 살다가 지금은 용인 수지로 이동해서 같이 지내고 있다. 3~4차례 탄핵반대 집회 참가하고 있다." ▲나라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던 맹경수(71) 할아버지 "나는 67~68년에 월남전에도 갔다 오고,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9-74년 5년을 보냈다, 우리가 조국 번영의 밀알이 됐던 사람인데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탄핵 사태를 보면 박근혜대통령이 너무 불쌍하다. 대한민국이 이러면 안되는데, 그걸 건드리면 내가 터질 것 같다. 나라를 누가 세웠는데, 누가 망가트리냐." ▲중동 건설 붐때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일했던 천성필(83) 할아버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년 동안 땡볕에서 일했다. 박정희 시대 때는 경제성장이 눈에 보였었다. 2005년도에 어버이연합에 가입해서 작년부터 사무실을 매일 나가는데, 경로당이나 노인정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를 믿는 최기현(79) 할아버지 "열심히 살아서 자식들도 다 잘됐다. 5.18도 조작이 된 것이다. 이북 특수부대 요원들이 공수부대인 것처럼 참여한 것이다." ▲윤영희(83) 할아버지 "우리는 진짜 소위 꿀꿀이죽 끓여 먹여가며 나라 만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생한 것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다 까먹으려고 하지 않나. 우리 아들이랑 내 의견이 다른 것은 전교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다 80이 넘었는데 자자손손 다 잘살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 ▲비교적 젊은 ‘아스팔트 할배’인 고칠성(63) 할아버지 "우리 자식들 손자들 우리가 겪었던 힘든 시대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나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게 기본인 것 같고,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는 게 기본이다." ▲백승구(73) 할아버지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능력이 있을 때까지 집회에 나와서 나라를 지키겠다." ▲오토바이 택배기사와 용접일을 하며 지내는 최용철 (69) 할아버지 "매일 시청 앞 텐트에 오고 있다. 오전 10시쯤 광장에 도착해 오후 5시쯤 집에 간다. 컵라면과 떡국 등 사람들이 보내주는 음식을 먹으며 지낸다." CBS노컷뉴스 박요진·김민성·류연정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