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실장의 대응을 꼭 닮은 우병우 전 수석은 ‘리틀 김기춘’이란 별명을 가지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법꾸라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사실상 특검이 '마지막 타깃'인 우 전 수석의 구속에 성공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사법처리가 특검 수사의 '화룡점정'이 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틀 김기춘' 우병우, 김기춘처럼 "모릅니다"
우 전 수석은 19시간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고 “최씨를 알지 못한다”는 종전 입장도 그대로 유지했다.
특검이 확보한 방대한 양의 증거를 내놔도 증거 자체를 부인하거나 "모른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특검 조사에서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한 것과 비슷한 대목이다.
김 전 실장은 나중에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에서는 “좌파 예술인이나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이는 일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실장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일단 우 전 수석도 자신의 혐의를 강력부인하며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은) 비서실장님과 스타일이 비슷하다"며 "(김 전 실장처럼) 법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 역시 법원에서는 특검에서와 다른 진술 태도를 보이면 법망을 빠져나가려 할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불출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최씨 국정농단을 묵인 내지 방조한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도운 단서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의 재직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최씨 명의로 경찰청장, 우리은행장, KT&G 사장 등 인사청탁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문건 파일을 입수한 특검팀은 전날 피의자로 소환한 우 전 수석을 상대로 문건 내용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여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특검에 출석하면서 '최순실씨를 아직도 모른다는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모릅니다"라고 말하면서 최씨와의 관계를 한사코 부인했다.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씨와 우 전 수석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방조하고, 비리 행위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과 최씨 비리 행위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 우 전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해 이 전 특별감찰관이 해임되도록 하고, 우 전 수석 처가 회사인 '정강'의 횡령의혹 등에 대해 감찰을 벌이던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마지막 거물급 피의자인 우 전 수석까지 구속하면서 대미를 장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