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분 길이의 영화는 김민희가 분한 영희라는 배우가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 분)과의 불륜에 대해 쑥덕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독일 함부르크를 여행하는 부분과 강릉으로 돌아와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인생과 사랑을 논하는 부분으로 구성됐다.
영희는 한적한 독일 마을의 공원과 강둑을 산책하거나 현지 가정에서 식사를 하는 등의 일상을 보내면서 감독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려 애쓴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고 다짐한 영희는 귀국 후 강릉의 해안가 마을에서 지인들과 만난다.
지인들은 술주정하듯이 사랑에 대한 독설을 토해내는 영희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선배(권해효)는 "자기들(비난하는 이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들을 해대면서 왜 그렇게들 난리를 치느냐"라고 말한다.
여배우 준희(송선미)도 "할 일들이 없어서 그런다"며 선배를 거든다. 그녀는 영희에게 더 예뻐졌다며 "잘 돌아왔다"고 환대한다.
지인들은 영희에게 "함부르크에서 사랑을 찾아서 왔니"라고 묻고 영희는 "사랑이 어디 있어요. 그런 게 있어야 찾기라도 하지요"라고 답하기도 한다.
강릉에서 영희와 유부남 감독은 술자리에서 다시 만난다. 영희가 요새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감독은 "너무 힘들어서 이제 안 하려고 한다"고 답한다. 만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지루하지 않으냐는 말에도 "소재가 중요한 것은 아니야"라고 맞받는다.
감독은 "괴물이 되는 것 같다"고 울부짖고 "매일같이 후회해. 지긋지긋하게 후회해"라고 말한다. 그런 감독에게 영희는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라고 쏘아붙인다.
베를린영화제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삶에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홍상수 감독 영화의 공통된 주제"라면서 "그 답은 언제나 우리 손아귀를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해 6월 불륜 논란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홍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와 자연스레 겹쳐진다. 두 사람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로 처음 호흡을 맞췄으며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다.
홍 감독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냐는 물음에 "자전적인 영화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감독은 자기 삶의 일부분을 활용하고 싶어 하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 개인적인 발언을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18일 여우주연상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김민희는 민소매 드레스 위에 홍감독의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둘은 반지를 나눠 끼고 다정한 몸짓과 눈빛을 숨기지 않아 영화 내용과 두사람의 관계가 겹치는 모습이었다.
김민희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또 "너무 자랑스럽다. 오늘 영화제에서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다"며 "홍상수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작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는 이 밖에 정재영, 서영화, 안재홍 등도 출연한다. 영화는 다음 달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