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향후 대통령 대면조사에서 이런 부분을 포함한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과 뇌물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2015년 12월 '바이오시밀러'를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에서 뽑아낸 물질을 재료로 만든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품을 뜻한다.
안 전 수석의 그해 12월 29일 자 업무수첩에는 박 대통령의 말을 지칭하는 'VIP'라는 표시 아래 '바이오 시믈러 → 기초? contents(콘텐츠)'라는 내용이 나온다.
간단한 키워드 정도만 기록돼 있으나 당시 박 대통령이 관련 산업의 기초를 다지고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필요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삼성이 8천5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세우기 시작한 때다.
8일 전인 같은 해 12월 21일 삼성은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당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함께 참석해 발파 버튼을 눌렀다.
이 회사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로,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 회사를 축으로 한 바이오 산업은 삼성이 반도체·전자를 이을 '신수종사업'으로 내세운 분야다.
2015년 7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해 '뉴 삼성물산'이 탄생하면서 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됐고, 당시 목표 중 하나로 '바이오 선도기업'이 언급됐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 작업인 이 합병에서 중요한 명분 중 하나가 '바이오'였던 것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을 비롯한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에 박 대통령의 영향력에 힘입은 지원을 기대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 대가로 대통령 측근 최순실(61)씨 측에 금품 지원을 한 혐의 등으로 17일 구속됐다.
삼성물산 합병 즈음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독대'에서 최씨 측 지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요구 등을 논의했고, 약 한 달 뒤엔 최씨 측 독일 업체와 삼성전자 사이 컨설팅 계약으로 지원 토대가 마련됐다.
결국 안 전 수석 수첩에 담긴 메모 내용도 이 부회장을 만나고 최씨 측 지원이 본격화한 이후 박 대통령이 '이재용 시대' 삼성의 중요 분야를 신경 쓰고 챙긴 정황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지난해 4월 11일에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바이오 시밀러 산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단과의 신년 인사회에서 "이 회사(삼성)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뇌물 의혹과 관련해 줄곧 부인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했는데, 한 해 전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 완화의 수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특혜 상장' 논란이 일었다. 삼성 측은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