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4시 40분쯤,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청 광장은 대다수 참가자들이 행진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다소 한산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이곳 광장 한가운데에는 '탄핵기각' 등의 문구로 사면을 덮은 흰 대형 천막이 들어섰는데, 태극기와 더불어 대형 성조기가 높은 깃대 위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이들 천막 옆에 설치된 테이블에서는 서너 명이 '노컷일베' '뉴스타운' '프리덤뉴스'라는 이름을 단 신문 형태의 유인물들을 한 부씩 포개어 놓는 중이었다.
그 뒤로 10여 개의 텐트가 모인 캠핑촌이 꾸려져 있었다. 각 텐트는 소형 태극기와 더불어, '탄핵 조작' '태블릿PC 조작·왜곡' 등 친박세력의 주장을 대변하는 대자보로 뒤덮여 있었다.
한 텐트에는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을 맹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국가 원수 손발 묶어놓고 당명 바꿔 신장개업하겠다는 犬(개 견)누리당 한심한 犬쓰레기들을 다리몽뎅이(다리몽둥이) 뿔라서(분질러) 몰매로 박멸하자!'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대자보도 있었다. "썩은 국개(국회), 검찰, 특검, 언론이 앞세워 권력을 휘둔 악인으로 분칠한 최서원(순실)은 무죄! 천억원의 현찰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데도 최서원(순실)은 '먹은 돈은 없다'가 팩트(사실)'라는 것이다.
몇몇 텐트에서는 '조중동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손팻말을 붙여 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한 텐트에는 혹여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것을 걱정했는지, '조' '중' '동' 위에 각각 펜 글씨로 '(조선)' '(중앙)' '(동아일보)'라고 부연설명을 달아 놨다.
◇ "촛불 획책 주동세력, 현 정부의 큰 실수도 아닌 것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중단시켰고 헌법을 파괴하려 한 죄' '탄핵을 주도 선동하여 대통령의 궐위(직위나 관직이 비게 된 것을 일컫는다)를 초래하고 개헌을 줄기차게 선동한 죄' '사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인지 진실을 들여다볼 용기조차 없는 기레기들이 마지막 양심마져(저) 버린 죄'가 그 이유다.
이 대자보는 끝으로 '조선일보는 반역의 주체이고 주동자며 공범이다. 매국노 이완용의 죄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주장했다.
이곳 캠핑촌에서 발길을 조금 옮기니 탄기국(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천막이 나타났고, 그 옆으로 'Press center'(프레스센터)라는 대형 현수막을 단 천막도 보였다. 그런데 이 프레스센터 천막은 입구 없이 사면이 모두 막혀 있었다. 주변을 정리하던 관계자에게 '프레스센터 운영 안하냐'고 물으니 "오늘은 안한다. 집회 있는 날은 안한다. 평일에만 연다"고 답했다.
이곳 프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언론 매체는 특정돼 있는 듯했다. 해당 천막 한켠에 입간판이 세워졌는데 '대한민국 Press center'라는 글귀 아래 탄핵 반대 집회를 옹호하는 극우 성향 매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프리덤뉴스' '뉴스타운' '블루투데이' '뉴데일리' '노컷일베' '미래한국' '미디어워치'가 그 면면이다.
이 가운데, 이날 집회 현장에서 대량으로 뿌려진 신문 형태의 유인물 '프리덤뉴스'(18일자)는 1면에 '[사설] 흔들리는 촛불 휘날리는 태극기'라는 글을 통해 "최근의 태극기운동은 부패세력이 일으킨 반란의 진압운동이자 통일운동이며 제2의 건국운동이다. 촛불과 횃불을 들고 대한민국을 불태우려는 세력들은 이제 흔들리기 시작했다. 촛불은 흔들리기 마련인 것"이라며 촛불집회를 깎아내리고 친박집회를 치켜세웠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병관(65) 씨는 "국가성장 동력을 중단시킨 음모세력들, 촛불을 획책하고 있는 주동세력들이 선량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그들은 조그마한 미끼만 있어도 그것을 이용해 지난 70년간 우리 체제에 줄기차게 도전해 왔다. 이번에는 현 정부의 큰 실수도 아닌 것을 갖고 그런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