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 "그래서 표심 많이 얻었나요"

게이인권단체 합창단 지 보이스, 촛불집회 무대 올라 자유발언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 무대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합창소모임 '지 보이스'가 등장했다. 이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성소수자들의 요구에 "나중에"라고 답한 것을 두고, "그래서 표심 많이 얻으셨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18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 지연 어림없다!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및 특검 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제16차 범국민행동의 날'이 열렸다.


이날 무대에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합창소모임 '지 보이스'(G_Voice)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들은 '업'(UP)이라는 곡과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니'라는 곡을 열창했다.

지 보이스는 또한 자유발언을 통해 보수 개신교 세력의 눈치를 보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없던 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외면하는 정치권을 강력 비판했다.

지 보이스는 "방금 들으신 노래(업)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최초로 일어난 성소수자 인권운동 당시 나온 노래다. 이 운동은 가장 차별받던 트랜스젠더와 여성들이 립스틱과 하이힐을 던지면서 시작돼 인권운동에 중요한 획을 그었고, 모든 사람들의 평등과 인권 증진에 기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 보이스는 "저희는 똑같이 탄핵을 바라고 부정부패한 정치권력과 재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여러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탄핵 이루어지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임명하게 된다. 한 가지 여쭤보겠다. 여기 앞에 서 있는 저는 차별을 받아도 되는 존재인가"라고 물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이내 "아니오!"라고 입모아 외쳤다.

지 보이스는 "그 어떤 이유로도, 성적 지향이 다르다 할지라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힘이 있는 쪽에 표를 갈구하는 사람을 또 대권 유력후보라고 내세우는 상황에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소수자는 차별을 받아도 된다는 사실도… 그렇게 해서 표심 많이 얻으셨나"라고 반문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들은 1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규탄했다. (사진=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제공)
이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한 활동가는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며 "왜 성평등 정책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성평등을 포함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말했고, 장내를 채운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 역시 "나중에!"를 연호하며 사실상 입을 막았다.

지 보이스는 "차별금지법 반대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장애인, 외국인, 여성 결국 모든 국민의 인권탄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소수자 인권 보호가 바로 모두의 인권보호이며 소수자 차별 철폐가 우리 모두의 발전과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 분들, 역할 부여받았으면 일 똑바로 하라. 표 한 장 더 받겠다고 신념 팔고 소수자를 외면하는 지도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장애·병력·나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언어·출신지역·용모 등의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종교·사상이나 정치적 의견·범죄전력·보호처분·성적지향·학력·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 보이스는 두 번째 곡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니' 간주 부분에서도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지 보이스는 "언제까지 나중에라고 말할 것인가. (그런 말들 때문에) 그동안 노동자, 여성자, 이주민, 철거민 등이 유린당하는 것을 보아왔다. 얼마나 더 고통받아야 당장 행동하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눈 감고 귀 막고 입 막지 않겠다. 너무도 존엄하고 아름다운 인권을 외치겠다. 인권은 생명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