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사태 반성과 책임의 일환으로 소속 의원 전원의 배지를 반납하라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분당과 탄핵 국면에서 당을 수습하기 위해 영입된 인명진 목사는 취임 50여일만에 당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독설에 가까운 거침없는 발언과 무리한 언론 대응은 "독재자"라는 당내외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박계의 탈당으로 보수 정권 최초 분당(分黨)사태에 직면한 옛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윤리위원장을 역임했던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 카드로 깜짝 발표했다.
하지만 그날 새벽 정 원내대표는 인 위원장으로부터 '어머니와 아내 등 가족들의 반대가 심하다'며 위원장직을 고사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비대위원장 발표 기자회견을 강행한 그는 이현재 정책위의장,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무작정 인 위원장의 자택을 찾았다.
초인종을 누르고도 20분 넘게 추위에 떨고서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정 원내대표는 인 목사를 보자마다 무릎을 꿇었다. 한 시간이 넘는 설득 끝에 겨우 허락이 떨어졌다.
원내지도부의 삼고초려 같은 '읍소'를 받고서야 당에 입성한 그는 저승사자라는 옛 별명답게 거침없는 언행으로 당권 잡기에 나섰다.
친박계를 "악성 종양"으로 규정하고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징계를 단행하는 한편, 당무감사위원회 신설과 사무처에 대한 대대적 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당 장악력을 높였다.
◇ "국회의원이 장기판 졸이냐" 불만의 목소리도
하지만 위기를 한 고비 넘긴 지금 인 위원장의 쇄신책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원들에게 반성문과 위임장을 요구했던 인 위원장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초등학생이냐. 반성문을 왜 내야 하느냐"며 "배지를 떼서 반납하라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 위원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인 위원장이 회의 중 잡담하던 의원에게 '야!'라고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 위원장이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 독재자 같은 모습"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에 대한 비판 기사를 "편파적인 태도"라며 무더기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점도 논란거리다. 최근 공보실의 언론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한 자유한국당은 표창원 의원 관련 기사 10개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제소했다.
당 핵심 당직자는 "인 위원장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이라며 "당을 돌아가게 한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하지만 즉흥적인 행동 등에 대해서는 다들 말을 아끼는 중"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