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삼성 미래에 '전화위복'

"공정한 절차를 밟아가면서 시장 신뢰 얻는 것이 중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이동하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구속이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한 때 2% 가까이 빠지기도 했으나 낙폭을 줄여 0.42% 떨어진 189만3천원으로 마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전격 구속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격 구속은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바뀔만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 가운데서 불안해 하는 투자자도 있겠지만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조정기간도 길게 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그룹주들도 그룹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삼성물산이 2% 가까이 빠졌을 뿐 대부분 1% 안팎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 특혜상장 의혹이 제기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끄는 호텔신라는 1% 가까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주 전체로도 이재용 부회장 전격 구속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인 셈이다.

이것은 총수 일가의 역할이 제한적인 삼성그룹의 특징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은 총수가 구속됐다고 의사결정이 중지되는 그런 그룹이 아니다. 3·4월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이나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는 미래전략실이나 전문경영인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경영활동에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재용 부회장의 전격 구속이 그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와 같은 대형 M&A(인수합병)나 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그룹차원의 큰 의사결정은 당분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제외하면 이재용 부회장 전격 구속은 이재용 부회장 자신이나 삼성그룹의 미래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상조 교수는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미래전략실이 해왔던 무리하고 불법행위까지 동반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길게 보면 이번 사태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미래에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공정한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다.

부적절한 타이밍에 부적절한 합병비율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분을 높이려고 한 시도가 결국은 이 부회장 구속사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받아들여 각 계열사 이사회가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나온 안을 독립적으로 재검토하고 승인하는 구조를 갖추는 등의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김상조 교수는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과 축복의 계기가 되느냐는 남아있는 삼성 경영진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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