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잔류 의사를 밝힌 홍 지사는 특유의 마이웨이식 행보로 당 안팎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대권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폭 넓은 세 확보가 필수지만, 당내 친박계 때문에 최근 고초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선뜻 포용행보를 보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홍준표 저울질하던 親朴, "양아치 친박" 발언에 화들짝
대구 경북(TK) 지역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 친박계 내부에는 홍 지사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체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부산·울산·경남(PK) 기반인 홍 지사가 TK와 결합할 경우 유력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탄핵이 인용된 뒤 황 대행이 주자로 나서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 있다.
때문에 최근 친박 핵심부에서는 홍 지사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홍 지사가 ‘양박(양아치 친박)’ 발언을 내놓으면서 머쓱한 상황이 됐다고 한다.
홍 지사는 16일 무죄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2년 재·보궐 선거 때 공천을 주지 않고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 때에는 내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일부 양박들이 주도해 국정조사를 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또 "2014년에는 청와대가 주도해 '홍준표를 지지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경남시 의원들을 협박했고, 2015년에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 나에게 돈을 줬다고 덮어씌웠다"고 밝혔다.
이처럼 친박계 일부에 뿌리깊은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는 홍 지사지만,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마냥 밀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황 대행의 지지율을 TK가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 결과 황 대행의 지지율은 16.5%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대행에 대한 지지의사가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은 TK(29.8%)로, 이 곳에서 황 대행은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홍 지사는 같은 조사에서 한국당에서 거론되는 10여 명 안팎의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황 대행과 함께 주자군에 포함됐다. 그에게 쏠린 보수진영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1.3%로 미미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지사에 대해 "부상할 수 있는 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폭 넓은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 검찰 상고 가능성…출마 자체도 딜레마
지지층 확보를 떠나 대선 출마 자체도 홍 지사에게는 선뜻 결정하기 힘든 난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무죄판결과 관련해 여전히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무죄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의심스럽다"며 법원 판결을 반박한 바 있다.
현재 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 내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이기에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당내에서는 검찰 상고 시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본 뒤 징계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곧바로 대선 출마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홍 지사로서는 여러모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