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한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에 거론되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7일 "미국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그동안과는 달리 더 높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이날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한중미 협력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 발표에서 "그동안 북한을 다룰 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쓸 카드가 적었고,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키워왔다. 이제 군사나 외교 전략에서 더 많이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석좌의 이런 발언은 최근 미국 의회에서 대북 규탄 결의가 이어지고, 조야에서 선제타격론을 비롯한 강경론이 나오는 것과 맥락을 함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디로 가는지는 불투명하지만 이전과 동일한 정책을 고수한다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전략이나 정책은 과거로부터 변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략 수립시) 우리가 세워야 하는 새로운 가정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외교· 압박 정책을 병행해온 것이 비효과적이었다는 점,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소규모가 아니라 핵무기를 굉장히 많이 개발하고 전면적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적인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다만 "외교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강경정책만 추구하면 전쟁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라며 "강경책과 외교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최근 저장성에서 북한 석탄을 반송하거나 상무부에서 수입금지 품목을 새롭게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중국이 아주 단호하고 진심으로 대북 제재에 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제재 조치를 통해서 북한은 결국은 가능한 옵션들이 소진될 것이고,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가고 있고, 인내심도 잃고 있다"면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피살이야말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경종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북중간 접촉 채널이 중단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결국 북중 관계가 냉각될 수도 있는 시점에 와있다"고 설명했다.
주펑 원장은 다만 "중국은 북한의 몰락을 원하지 않고 잘 관리된 프로세스에 의해서 문제가 처리되길 원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그는 "중국의 대미 정책과 대북 정책은 연결돼 있다"며 대북 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위해서는 미국의 우호적인 대중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차 석좌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시기 양국 고위급 회담 빈도를 보면 이전과 비교해 평균적인 수준이고 (여전히) 북한 무역의 80%는 대중 무역이다. 북중 관계가 악화됐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의 더욱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