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 국민의 건강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세 이상 일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는 습관적 태도, 사고습관, 정서적 경향 등을 '정신적 습관'으로 정의하고,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을 7개 영역, 30개 항목으로 나눠 각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었다.
설문조사 결과 '인지적 오류' 영역에 해당하는 5개 항목 중 1개 이상에 대해 '그런 습관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90.9%에 달했다.
인지적 오류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사람들이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거나(임의적 추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선택적 추상화) 등을 말한다.
또 내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멈추면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것(개인화), 세상 모든 일은 옳고 그름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것(이분법적 사고),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것(파국화)도 인지적 오류의 사례다.
다른 유형의 부정적 정신적 습관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많았다.
과거의 잘못과 실수, 실패를 되새기는 '반추'(3개 항목)나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간이 부족하거나 잘못되지 않을까부터 생각하는 '걱정'(3개 항목)에서 1개 이상 항목에 해당한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각각 82.4%, 70.8%였다.
자신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4개 항목)는 60.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무망'(4개 항목)은 47.6%,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자기 도피'(4개 항목)는 48.2%였다. '기타 정신적 습관'(7개 항목)은 88.7%였다.
'정신적 습관' 7개 영역 각각에 대해 1개 이상 항목이 해당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7.0%였다. 즉 다양한 7개 영역에 걸쳐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을 가진 국민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남성(25.5%)보다는 여성(27.4%)이 많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39.1%)이 많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 등 정신건강에서 더 취약하고, 60대 이상이 우울을 겪는 비율이나 자살률이 높은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우울함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는 정신질환자군과 대조군 총 40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에서는 환자군의 '정신적 습관' 보유율이 55%로 대조군(38.5%)보다 높았다.
특히 환자군에서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 '무망', '자기로부터의 도피' 등의 정신적 습관 보유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인지적 오류나 반추, 걱정 등은 환자군보다 대조군에서 보유 비율이 높아 일반인에게 보편화한 습관임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정신적 습관이 정신건강의 주요 결정요인이라는 점이 아직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이 많이 관찰되는 노인 계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