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영매체인 런민망(人民網)과 신화망(新華網)을 비롯해 홍콩 봉황망(鳳凰網) 등 각종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는 김정남 피살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간혹 메인화면에 볼 수 있는 김정남 피살 관련 뉴스는 전날 있었던 중국 외교부 브리핑 내용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의 브리핑 녹취본을 그대로 링크한 수준이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말레이시아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관련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기사 검색을 통해서도 전날 피살 용의자인 20대 여성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는 속보성 기사를 제외한 분석성 기사나 칼럼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중국 CCTV 역시 이날 오전 뉴스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만 간략히 다뤘을 뿐이다.
김정남 기사 통제는 비단 언론사 사이트 뿐만 아니라 검색 사이트도 마찬가지여서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검색을 해봐도 김정남과 관련된 유의미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언론을 틀어쥐면서 김정남 관련 뉴스는 사라졌지만 중국 SNS 상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음모론'이 확산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微博)에서도 김정남 피살 배후에 탄핵 국면을 전환하려한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측이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김정남 피살은 정치여론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이 상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박 대통령에게 동기가 있음을 암시했다.
다른 네티즌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오직 북한과 전쟁을 일으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김(정남)을 건드리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한국이 연관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아도 박근혜 정부가 김정남 피살에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발생한 수많은 국내 모순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이익이 있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신의 친형을 죽였다는 죄명을 씌울 수 있으며, 북한 지도부 내부를 흔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김정남이 박근혜의 대북 비선(密线)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김정남은 죽음 역시?"라며 음모론을 강하게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