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행사를 운영했던 S씨를 대신해 민원을 해결해준다며 아들인 H씨와 접촉해오던 와중에 갑자기 연락을 끊은 김 회장이 6개월만에 다시 연락해 만난 자리에서 이런 푸념을 쏟아냈다.
민원인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취해 이런 하소연을 할 정도로 김 회장에게 다급한 일이 생긴 것이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김 회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CBS 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11월19일 두 사람간 대화 녹음파일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시내 모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6개월 만에 갑자기 만나자고 한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H씨에게 "민정수석에게 서류를 넣었느냐"고 물었다.
당시 민정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수사 선상에 오른 우병우 전 수석이다.
H씨는 "청와대에서 들어가서 확인해 보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 회장은 "민원서류, 제2 민원서로 요약된 게 있다. 정보보고가 있는데 (이병기) 비서실장이 나한테 와서 '선배 나 좀 봅시다' 해서…. 내가 망신스러워서…. 이 양반 일을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는데…"라고 자신의 난처한 처지를 설명했다.
연락을 끊었던 김 회장이 '먼저 만나자'며 태도를 접촉해 온 것은 H씨가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어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씨는 실제로 우 전 수석과 정호성·이재만 전 비서관 등을 거쳐 박 대통령 앞으로 여러 차례 진정서를 넣었다.
S씨 모자는 지난 1970년대 만든 '자유항공'(現 현대드림투어)이라는 여행사를 현대건설에 팔았는데 계약이 지켜지지 않아 거액의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자동차에 잔금을 요구해왔다.
김 회장이 "나도 예상을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나름대로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문제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재만 전 비서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지 한 달여 만인 같은 해 12월 12일 홍보특보에서 해촉됐다.
김 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4월 28일 보수 우익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에 취임해 여전히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