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단종' 한센인에 국가배상 대법 첫 판결

대법, 낙태 4천만 원·단종 3천만 원…소송 5년여 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국가가 강제로 낙태·단종(정관 절제) 수술을 시킨 한센인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한센인들이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받은 첫 번째 확정 판결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인 한센인 526명의 소송 5건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강모(81)씨 등 한센인 19명의 국가소송 상고심에서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천만 원,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천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에 소속된 의사 등이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절제 수술과 임신중절 수술 등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를 가하는 의료행위"라며 "이같은 침해 행위가 정부 정책에 따른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인정받으려면 법률에 그에 관한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씨 등으로부터 '사전에 이뤄진 설명에 따른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에게 시행된 정관절제 수술 등은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국가는 의사 등의 행위에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돼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센인피해사건법에 의해 피해자 결정을 받은 한센인들은 그 결정을 받기까지 객관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국가가 입법조치를 통해 피해보상을 해주길 기대했으나 국가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비로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센인들을 대리한 박영립 한센인권변호단장은 대법 선고 직후 "사법부가 이제라도 한센인들의 눈물을 닦아줘서 다행"이라며 "입법부에서도 일괄 배상 개정안이 통과돼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국가가 책임을 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센인들에 대한 강제 낙태·단종은 지난 1935년 전남 여수에서 처음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센병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 2007년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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