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야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정근우(한화)의 부상 공백에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대표팀은 아쉬움이 크다. 정근우는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릴 때마다 주역으로 활약한 대표팀 베테랑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있는 WBC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정근우가 많은 역할을 해줬다. 중요한 상황에서 공격, 수비, 주루 플레이를 모두 잘했다. 이제 대체 선수가 어느 정도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은 서서히 선발 라인업의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다. "지금도 이런저런 생각은 있다. 훈련을 보고 또 연습경기를 해보고 결정할 것"고 말했지만 그동안 주로 정근우가 맡았던 리드오프 자리의 대체자가 누가 될지는 명확해보인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정근우와 함께 테이블세터진을 주로 맡았던 이용규다.
이용규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진행된 첫 이틀동안 공식 훈련 이후 특타를 자청했다. "그동안 아파서 쉬느라 소속팀에서 이틀밖에 운동을 하지 못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대표팀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연일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그에게 대표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선수는 다름 아닌 소속팀 동료이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파트너였던 정근우다.
이용규는 "근우 형이 정말 오고 싶어했다.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대회가 특히 더 그랬다. 무엇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픈 마음이 컸다. 또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니까 더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다치지 말고 잘하고 오라는 정근우의 격려는 이용규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제 이용규의 어깨가 무겁다.
이용규는 국제대회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2번의 WBC(2009, 2013년)와 베이징올림픽, 프리미어12 등 총 4개 대회에서 통산 27경기에 출전, 타율 0.316와 20득점을 올렸고 총 79타수에서 볼넷 18개를 골라냈다.
현재 이용규의 리드오프 출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김인식 감독은 "테이블세터 구성을 고민해야 하는데 정근우가 없어 이용규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용규와 함께 1-2번 타순을 맡을 선수 찾기가 과제로 떠올랐다.
김인식 감독은 "민병헌이 한 자리를 맡을 수도 있다. 민병헌은 때로는 하위타순에 배치될 수도 있다. 또 누가 2루수로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병헌뿐만 아니라 컨택트 능력과 출루 능력이 뛰어난 2루수 서건창 역시 테이블세터진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리드오프 출전이 유력하다는 평가에 대해 이용규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갈 것"이라며 "누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팀이 승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앞으로 강도가 높아지는 훈련과 다음주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등 일본프로야구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타순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