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이재명, 칭찬인듯 칭찬 아닌?…덕담 속 견제

安 "소년노동자 출신 이 시장과 함께"…李 "안 지사 말씀 듣고 나니 기 죽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경선에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노동계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리는 전국금융산업노조 회장 이·취임식에 함께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들의 '나란히 행보'는 당내 후보 경선 선거인단 등록 개시를 하루 앞두고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계로부터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 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 후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한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서로를 치켜 세우면서도 자신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할 적임자임을 밝혔다.


안 지사는 노동착취가 행해지던 시기의 '노동자의 친구'였다는 점을, 이 시장은 '소년 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공감을 피력했다.

먼저 축사에 나선 안 지사는 서울과 지역,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차이가 나는 '일자리의 양극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없는 사람에게 더 가혹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건지 금융산업노조와 민주당이 함께 개혁 의제를 만들어 주도해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클릭'행보 와중에 '진보진영에 터를 두고 있다'고 밝혀온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찬반의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의제를 만드는 진보진영이고 싶다"며 "우리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과 노조가 개혁 의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 다음으로 축사에 나선 이 시장은 과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소년 시계공으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권 강화'를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제가 어릴때 겪은 참혹한 노동환경은 지금도 그렇다"라며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조를 강화해 노동자의 힘을 키워 일자리의 질과 임금을 올려야 한다.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불법 노동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성장하는 길"이라고 피력했다.

노동권 강화의 방안으로 재벌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강자 중심에서 약자로, 소수 권력자에서 다수 시민 중심으로, 재벌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자본에서 노동자 중심으로, 국민이 다함께 살 수 있는 길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지지기반인 노동계 행사였던만큼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축사 중간에 박수가 터져나오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내 대선주자 3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온 안 지사는 "소년 노동자 출신 이재명 시장과 함께 힘을 모으자"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위 자리를 내준 이 시장은 앞서 축사를 한 안 지사에 대해 "안 지사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기가 죽는다"며 견제를 하는 듯한 농담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문재인 전 대표는 동영상으로 축사를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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