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잡아죽이자!"…폭력과 혐오 발언 그리고 눈물 ② 집회 때마다 군복, 왜?…"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③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밀알'의 외침 ④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⑤ 21세기에 남은 박정희 시대의 한줌? 아니 '절반' ⑥ 젊은 보수주의자가 '아스팔트할배'에게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 집회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었던 참전 경험과 함께 얘기하는 것은 '경제'다. 개인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소모됐던 과거의 아픈 기억은 노인들 자신이 '성장의 밀알'이었다는 자부심으로 바뀐 지 오래돼 보였다. 따라서 친박 집회 참가자들에게 탄핵 정국은 이 자부심을 흔드는 반역사적인 상황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외화벌이에 동원됐던 젊은이, 지금은 노인이된 이들 세대의 노동 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독일의 경우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자본주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던 만큼, 한국인 광부들은 지하 1000m의 막장에서 일했고 간호사들은 시체를 닦는 일 등 독일인들이 꺼리는 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모든 고생이 국가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했고, 정권은 그들을 애국자로 띄웠다.
비슷한 시기 중동건설 붐도 맥락이 비슷하다. 맹 모(71) 할아버지는 1969년부터 5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조국 번영의 밀알이 됐다"고 했다. 당시 "낮에는 잠을 자고 시원한 밤에 일하자"며 중동 진출이 회자됐지만 실제로는 땡볕 아래서 일하는 게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맹 할아버지는 그 시절을 얘기하며 "어떻게 세운 나란데 이렇게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영희(83) 할머니 역시 "우리는 진짜 꿀꿀이 죽을 끓여먹여가며 나라를 만든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군복에 탄띠까지 착용하고 집회에 참가한 김지환(73) 할아버지는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하고 경제를 살린 것을 모른다"고 했다. 이희중(65) 할아버지 역시 "군정을 할 때 상당한 국가발전이 있었다"며 "그때 전혀 독재국가라는 것을 모르고 근면하게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아스팔트 할배들의 인식은 "이게 어떻게 만든 나라인데"라며 정치권에 복귀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인들은 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과는 달리 그들의 젊은 근육과 정신을 실제로 국가에 바쳤다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