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은퇴는 아직… 박수받으며 떠나겠다"

14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리우올림픽 사격대표 진종오가 최우수선수상 수상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사격 역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일궈낸 '사격 영웅' 진종오(38·kt)가 먼 훗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지금 당장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만약 은퇴한다면 사람들 머릿속에 멋진 선수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진종오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한 사격 최강자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차지한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사격 남자 권총 50m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더군다나 지난해 올림픽 금메달은 극적인 역전극으로 일궈내 더욱 뜻깊었다. 진종오는 결선 무대에서 6.6점을 쏘는 실수를 범해 탈락 위기까지 몰렸었다. 하지만 이후 집중력을 다잡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마지막 두 발을 남긴 상황에서는 선두 호앙 쑤안 빈(베트남)0.2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리고 9번째 사격에서 10점을 쏴 선두 자리를 탈환했고 침착하게 마지막 방아쇠를 당겨 10.3점에 맞추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3연패로 세계 사격 역사와 한국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진종오는 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회 코카콜라 체육대상'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받고 싶었던 상을 드디어 받은 진종오다. 그는 "매번 올림픽이 끝나고 코카콜라 시상식을 볼 때마다 MVP를 받는 선수들이 부러웠는데 이제 내가 받게 돼 너무 기쁘다"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격 선수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달성한 진종오는 올해 잠시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대한사격연맹도 2017년 국가대표 선수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제외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것도, 국가대표를 은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간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14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리우올림픽 사격대표 진종오(오른쪽)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진종오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버려야 할 것도 너무 많다. 15년째 버렸다"고 전하고 "사람답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올해는 양해를 구했고 연맹에서도 배려해줘 팀에서만 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이후 선수 은퇴 질문을 가장 맏이 받았던 진종오는 시기보다는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하겠냐는 질문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어떻게 은퇴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언제 은퇴 하겠다고 선을 긋기보다는 박수받으면서 떠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선수 생활 연장의 의지가 강한 진종오지만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진종오의 의지와 관련 없이 남자 권총 50m 종목이 올림픽에서 폐지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다. 그는 "사격은 올림픽 종목 가운데 가장 역사와 전통이 있는 종목인데 왜 없애려 할까 하는 의문이 있다"면서 "다음달 1일 국제사격연맹(ISSF) 사무총장이 한국에 온다. 그 자리에 찾아가 현재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와 왜 폐지하려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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