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측의 대거 증인 신청으로 탄핵심판 지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날 변론은 사실상 공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13차 변론의 증인으로 채택됐던 안 전 비서관은 예정된 오전 10시까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출석을 담보하기로 해 지난달 5일과 19일에 이어 세 번째 증인신문 날짜를 잡았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전날 오후 늦게 안 전 비서관 출석이 어려워 보인다는 취지의 입장을 헌재에 전달했다. 안 전 비서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안 전 비서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당일 행적을 밝힐 핵심 인물로 꼽힌다. 최순실씨 청와대 프리패스 의혹의 중심에도 서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4명 가운데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만 출석이 예정됐을 뿐, 김홍탁 전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와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도 각각 재판 출석과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입장을 헌재에 밝혔다.
헌재는 이미 “앞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은 직권으로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터라 탄핵심판 심리 지연을 막기 위한 강경책을 꺼낼지 주목된다.
오는 16일에는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증인신문이 예정됐지만, 역시 대거 불출석이 예상된다.
김수현, 김영수, 이성한씨의 경우 새 주소나 종전 주소로 출석요구서를 다시 보낸 상태로, 헌재는 소재탐지 요청도 경찰에 할 예정이다.
정동춘 전 이사장은 재단 설립 등에 대한 별도 진술서를 내면서 추가로 증언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수현씨는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의 출처로 지목된 만큼 박 대통령 측에서 증인신문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는 오는 20일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상목 기재부 1차관 등 3명을, 22일에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을 다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한편,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추가 합류한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은 이날 변론에 참석해 대표대리인단으로 지정됐다.
이 전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2013년 1월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업무비 사적 사용 논란 등으로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