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사 나이앤틱이 개발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의 국내 인기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포켓몬고는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출시 2주차부터 이용자 수가 급감했지만, 한국 내 인기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식는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전국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약 2만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포켓몬고의 일간 사용자 수는 출시 5일째인 지난달 28일 52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12일 361만명까지 줄었다.
포켓몬고의 본고장 미국과 비교하면 정점을 찍은 시점과 감소 속도 모두 빨랐다.
미국 설문조사업체 서베이멍키에 따르면 애플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을 합한 미국 내 포켓몬고의 하루 사용자 수는 출시 9일째인 지난해 7월 14일 2500만명을 넘으며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 출시 15일째인 같은 달 20일 2200만명까지 줄었다. 6일 새 12%가량 감소한 셈이다.
한국은 설 연휴(지난달 25∼30일) 효과가 더해지며 미국보다 나흘 빠른 출시 5일째 이용자 수가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6일 뒤인 이달 3일(출시 11일째) 414만명으로 정점 대비 21% 감소했고, 출시 15일째인 7일에는 387만명까지 줄었다. 정점 대비 감소율은 26%에 달했다.
정점을 일찍 찍은 만큼 인기가 꺾이는 속도도 빨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간 사용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서 이달 6∼12일 사용자 수는 643만명으로 전주(1월 30일∼2월 5일)보다 52만명(7%) 줄었다.
한국 내 누적 설치자는 이달 7일부터 일주일 째 840만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개발사 나이앤틱은 지난 9일부터 밸런타인데이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벤트용 포켓몬가 집중적으로 출몰하면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유행에 민감한 모바일 게임 특성상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국내 이용자들은 인기 게임에 열광했다가 쉽게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포켓몬고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포켓몬고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제한적인 편"이라며 "캐릭터를 수집하고 키우는 과정은 웬만한 게임에도 다 있는 콘텐츠라 게임 소비 속도가 빠른 한국 사용자들을 오래 붙잡아두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켓몬고가 해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일반 사용자들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켓몬고는 미국과 일본 등 기존 시장에서 출시 반년이 지난 지금도 게임 매출 1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주춤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하루 이용자 수가 국내에 출시된 게임 중 가장 많고, 2위와 격차도 커 당분간 경쟁 게임 대비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