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노인 일자리 문제? "청·장년층 기준 노동시간 줄여야" ② 저출산 해결책이 휴직? "노동시간 줄여야 풀린다" ③ 새 정부 들어서면 퇴근 시간 빨라질까 |
노인 3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일 없으면 병 난다'는 말조차 요즘 노인들에게는 사치처럼 들리는 우울한 '고령사회' 대한민국.
이러한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첫걸음도 '노동시간 단축'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는 오모(71) 씨는 매주 사흘씩 연속 24시간, 총 72시간을 꼬박 근무한다.
하지만 근무지를 이탈하지도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일하는 오씨가 인정받는 노동시간은 하루 11시간씩 33시간.
숙직실에서 잠자는 시간에 휴게시간을 몰아넣고, 대기근무는 휴가 처리를 하는 바람에 수당조차 제대로 챙기기 힘든 오씨로서는 은퇴 후에도 노후를 즐기기는커녕 제대로 쉴 틈조차 없다.
오씨는 "사흘 내내 계속 학교에서만 장시간 근무하다 보니 친지들과 연락하거나 가족과 소통할 수도 없다"면서도 "젊은이들처럼 활동적이지는 않아도 충분히 일할 수있지만, 막상 이 나이에 할만한 일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자리에 나선 노년층 일자리 대부분은 '장시간·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고용동향 분석'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3, 40대에선 임시근로자 비중이 계속 줄었지만, 노년층만 6만여명 증가했다.
대표적인 노후 대책인 연금의 경우 여전히 가입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다,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수년째 40%대를, 실질대체율도 25% 내외를 넘지 못해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음해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2%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던 한국 사회는 당장 2018년이면 14.0%로 노인 인구가 증가해 '고령사회'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장년 고용서비스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노인 개념을 새로 정립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그동안 정부의 취업 연계 사업의 핵심인 '취업성공패키지' 대상에서 제외됐던 65~69세 장년층을 새로 참여시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관련 교육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노동시장의 사회적 약자인 노년층을 예외적인 존재로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노동시장 가운데서도 노동 강도가 낮은 대신 임금도 낮은 주변부 일자리에 노년층을 편입시켜 고용률만 높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2006년부터 고용평등 원칙에 따라 고용과 직업훈련에서의 연령차별을 금지해서 2012년 기업의 정년연령(65세)조차 폐지하는 대신, 연금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노년층이 폭넓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 바 있다.
특히 노년층에 대한 법적 장치 역시 1991년 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기본으로, 기간제법이나 파견법 등의 일부 규정만 있을 뿐인 점이 대표적인 문제다.
청·장년층에 맞춰진 주40시간, 최대 52시간인 현행 노동시간 대신 장시간 노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노년층에 어울리는 노동과 휴게시간 기준부터 새로 정하는 가칭 '고령근로기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노년유니온 김선태 위원장은 "체력적인 문제로 장시간 노동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젊은이들보다 하루 2시간 정도 줄여준다면 다양한 일자리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