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에 천착하는 朴측…'이재용 수사'에 촉각

2004년 판례에는 뇌물 등 5가지만 탄핵인용 사유

최순실씨(61·구속기소) 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측은 뇌물죄 성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의 수뢰 혐의는 탄핵심판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판례로 제시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동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판례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5가지 대통령 파면 사유를 예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들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탄핵 기각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5가지 파면 사유는 ▲뇌물수수·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침해 ▲국가조직을 이용한 국민탄압 등 기본권 침해 ▲국가조직을 이용한 부정선거·선거조작이다. 헌재는 "이같은 경우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를 토대로 방어논리를 만들어왔다. 국회의 탄핵사유에는 국익저해·권한침해·국민탄압·부정선거 등 다른 쟁점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다. 남는 쟁점인 뇌물죄 부분을 놓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대가성이나 수뢰의 고의가 없다"는 등의 입장을 정리해둔 상태다.

여권 안팎에도 "박 대통령이 금전적 이익을 꾀하거나 실현한 게 없다. 제3자인 최순실이 대통령과 무관하게 사적인 이익을 챙겼거나, 고영태가 최순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겼을 뿐"이라는 주장이 만연해 있다. 박 대통령 측이 김수현 녹음파일 증거채택을 추진하는 것 역시 '고영태의 사리사욕'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 법리가 상당히 취약하다"며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실패하는 등 뇌물죄 수사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애초 탄핵사유에 재벌에 대한 수뢰와 강요죄라는 상충되는 사안이 함께 담긴 것도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대로 특검이 뇌물죄 수사에서 혐의 입증에 성공하는 경우 박 대통령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특검은 대통령 이 부분을 계속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구속에 실패한 이재용 부회장을 이날 재소환하는 강수를 뒀고, 그의 구속영장 재청구까지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측도 특검 수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조사를 다시 받는 등 상황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상황을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

아울러 뇌물죄 수사가 무위에 끝난다고 해서, 탄핵기각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헌재가 2004년 판례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판례를 만든다면 선고 내용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제 고작 두번째다. 탄핵 판례를 계속 보완해나가면서 헌정을 굳건히 하지 말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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