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26분쯤 특검사무실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두 번째 소환에 대한 심경을 묻자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 성심껏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순환출자 문제 관련 청탁했냐', '공정위에 로비한 했냐', '국정농단 이후 최 씨 지원한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 이재용 "성심 성의껏 말씀드리겠다"…구체적 혐의엔 침묵
특검이 이 부회장을 이날 다시 소환한 것은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만한 새로운 증거나 단서를 확보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후 섬성그룹의 강화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에 대한 처분 결정을 내렸다가, 이후 절반인 500만주로 축소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이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2015년 7월 독대 이후에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지원한 배경에 삼성 합병을 넘어 궁극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완수를 위한 대가로 보고, 박근혜 정부와 삼성간의 연결고리 전체를 훑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특검이 금융거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고 고위급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한 것도 이같은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최상목 청와대 당시 경제금융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전날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 국정농단 이후에 사준 '블라디미르'…삼성 '피해자' 아닌 증거
특히 지난해 9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최 씨가 독일에서 만나서 우회 지원 방안과 정유라 씨에게 새 말을 사주자는 논의를 한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 얼마 뒤에 정유라 씨가 '블라디미르'라는 수십억 원의 명마를 새로 타게 된 사실에 주목해온 특검은 이 말의 구입대금을 삼성그룹이 낸 것으로 결론내렸다.
특검은 이와 관련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10월 26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박 사장에게 '금일 중 내부 결재 후 내일 송금 예정'이라고 보낸 문자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황 전무는 부회장을 각각 맡아 정 씨에 대한 지원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은 강요 때문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피해자 입장을 강조했지만, 국정농단 이후에도 새로운 지원책을 강구하고 실제 실천했다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삼성은 블라디미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특검은 이같은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박 사장과 황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이번주 중 구속영장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