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트럼프의 北선제타격론? 끝말까지 들어야"

- 北 임의 시간 장소 발사 현실화
- 선제타격론? 말 그대로 전쟁
- 2월만 ICBM급 쏘면 위험한 국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오전 7시 55분이었습니다. 평화롭던 일요일 아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속보에 놀라서 깬 분들도 꽤 계실 거예요. 아니, 제재를 그렇게 했는데도 또 미사일이야? 짜증난 분들도 계실 거고요. 이거 탄핵 판결 앞두고 북풍 부는 거 아니야, 우려하는 분들도 계셨을 줄 압니다. 어쨌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가 만나고 있는 그 시점에 쐈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게 사실인데요. 어떻게 봐야 될지 이분의 의견 듣고 가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을 해 보죠. 안녕하세요.

◆ 정세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모두가 쉬는 일요일 아침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우리 정국이 어수선해서 그랬는지 조금 더 기습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정세현> 원래 북한 사람들 기습 잘하지 않습니까? 6.25 때도 기습을 했고 그다음에 2월 12일이라는 날이 우연히 트럼프와 아베가 골프를 치고 쉬는 시간이었지만 김정일의 생일이라고 하는 점, 김정일.

◇ 김현정> 김정일, 예. 2월 16일.

◆ 정세현> 네, 2월 16일이죠. 생일을 앞두고. 그 다음에 4년 전에도 4년 전인가요. 4년 전에도 딱 그날 핵실험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맞아요. 2월 12일. 4년 전 2월 12일이 3차 핵실험 4주년.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정세현> 그런데 여러 가지 날짜 택일은 그런 거를 고려해서 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기술적으로 자기네들이 상당 정도 진보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서 그날 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결국 기술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거다 이 말씀이세요?

◆ 정세현> 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지금 그동안의 미사일은 액체연료로 쏴왔는데 액체연료를 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렇기 때문에 위성에 잡힙니다. 그런데 고체연료를 쓰면 안 잡혀요. 그리고 더군다나 이번에는 이동발사대에 실어가지고 와서 쏘았다 그러니까 그야말로 지난번 1월달에 북한 외교부가 얘기했던 대로 최고사령관의 결심만 있으면 임의의 시간에서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아무 때나 그러니까 아무 데서나 아무 때나 쏠 수 있다고 했던 얘기가 현실화된 겁니다. 이게 위험한 겁니다.

◇ 김현정> 과시하고 싶었던 거군요. 그런데 마침 트럼프와 아베 총리가 만나고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좋았기 때문에 그날을 택일한 것이다?

◆ 정세현> 네.

◇ 김현정> 이게 여러 가지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발사 실험이었고요. 그다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매우 매우 높은 우선순위로 다루겠다고 선언한 직후였고 또 마지막에 지금 말씀하셨던 정상회담 시점에 쐈다는 점. 그런데 이게 ICBM 대륙간 탄도미사일 아니고 그냥 중장거리 미사일 택했잖아요. 이것도 진전되는 거라고 봐야 되는 건가요?

◆ 정세현> 그럼요, 왜냐하면 한미 군사당국에서 이미 그건 무수단급이다, 그런 평가를 했어요. 무수단급이라는 얘기는 제대로 쏘면 3천㎞까지 나간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거리상으로는 500㎞밖에 안 나간 걸로 해서 끝냈지만 여러 가지 기술 재원을 종합해서 판단하면 제대로 각도를 잡아가지고 그러니까 낮은 각도로 쏘면 3천㎞ 나간다 이거죠.

◇ 김현정> 더 갈 수 있는데 이번에 자제한 거란 말씀이세요? 왜 자제합니까?

◆ 정세현> 그렇죠. 3천㎞는 괌까지 갈 수 있습니다. 괌에 미군기지 있잖아요. 그런데 일단 높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동안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점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500㎞까지만 나가는 걸 쐈는데 여기서 자기네들이 기술이 확인됐다고 지금 오늘 아침에 새벽에 보도를 했어요. 그렇게 되면 그리고 미국에서는 지금 중거리라고 그러는데 북한에서는 중장거리라고 얘기를 하면서 점차 그 기술을 좀 더 개량하고 발전시키면 장거리 미사일, 그러니까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발전할 수 있다 하는 그런 사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CNN 뉴스 (사진=CNN 캡쳐)
◆ 정세현> 위험합니다.

◇ 김현정> 위험한? 지금 속보 들어왔습니다. 북한이요, 북극성 2형, 어제 쏜 걸 북극성 2형이라고 하더라고요. 북극성 2형 시험발사에 완전 성공했다. 북극성 2형 시험발사에 완전 성공했다라고 북한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속보가 지금 들어와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아주 무시할 상황 아니라고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더 되는 이유는 뭐냐 하면 미국에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거예요.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이 사람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선제타격론, 북한에 대해서 선제타격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주장해 왔었고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나 주한미군사령관도 최근에 군사적 압박을 염두에 둔 발언들을 계속했거든요. 미국 선제타격론. 김정은 암살설, 이런 게 정말 실현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실현가능성이 저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선제타격 한다 그러지만 핵무기가 미국에서 북한 핵무기 보유량을 대개 한 10개 내지 20개까지도 보고 있어요. 그게 어디 있는 줄 알고, 그거 지하에 있을 텐데. 어디 있는 줄 알고 때린다는 겁니까. 한 군데는 확인할 수 있죠. 맞힐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손도 못 대는 거 아니에요? 그 다음에 그런 공격을 받으면 북한이 가만 있겠어요? 300㎞짜리, 500㎞짜리 스커드 미사일이 지금 수백 개 있습니다. 그걸 쏘아댈 거 아니에요. 그런데다가 또 휴전선 쪽에 배치되고 있는 장사정포, 방사포를 쏘아대면 그야말로 북한 표현으로 불바다입니다, 남한은. 전쟁이에요. 그러니까 이거는 옵션으로서는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에 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실질적으로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더구나 미 국무장관이 후보자가 상원외교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자료를 보면 맨 처음에는 군사적 위협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나 뒤에 가면 외교적 문호도 개방해 놓고 있다는 얘기를 썼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언론에서는 군사적 위협, 선제타격 이런 말만 좋아하는데. 사실 남의 말이라는 건 끝까지 들어봐야 되는 것 아니에요? 끝에 가면 외교적 문호는 개방돼 있다, 그러니까 군사적 공격에서부터 외교적 문호까지 모든 옵션은 테이블에 올려놔야 된다는 얘기를 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되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 정세현> 물론 트럼프가 좀 과격하고 충동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러나 이번에 아베 만나기 직전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 통화해서 한 개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상당히 지금 안정돼 간다 그럴까.

◇ 김현정> 후보 시절하고는 좀 다르다고 보세요?


◆ 정세현> 좀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차분해지는 것 같다고?

◆ 정세현> 그래서 너무 그렇게… 더구나 이번에 아베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해서 굉장히 강력하게 비판을 하고 경고를 바로 했는데 노스코리아가 미사일 쏜 것에 대해서 좌시하지 않겠다. UN제재결의를 위반했다는 식으로 강력 규탄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트럼프는 노스코리아라는 말도 안 하고 미사일이라는 얘기도 안 하고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발언까지 말했습니다. 조금 쿨한 거죠. 저는 쿨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반응은 차이가 좀 있는데 다만 북한이 이번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서 2월 말 그러니까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직전인 2월 말쯤 거리가 좀 더 나가는 이른바 ICBM급 5천㎞ 이상을 쏜다든지 이렇게 되면 미국도 발끈할 겁니다. 그때가 위험합니다.

◇ 김현정> 쏠 가능성이 있습니까, 2월 말에? 사실 황교안 총리도 비슷한 얘기를 했거든요. 2월 도발설에 대해서.

◆ 정세현> 그러니까 그때 총리는 황 총리는 어떤 근거로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오늘 아침 얘기를 보면 중장거리미사일이 기술적으로 완전히 성공했다, 그걸 확인했다는 걸 봐서는 이제 장거리, 중거리에서 장거리로 넘어갈 정도까지 됐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좀 위험합니다.

◇ 김현정> 위험하다? 그 부분은 동의한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 아닙니까? 사실상 외교가 멈춘 상태. 아베 총리는 계속 움직이면서 외교 공간을 넓히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이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고 불안 안 하려고 해도 불안해집니다. 그렇죠?

◆ 정세현> 그래요. 그런데 지금 국무장관 지명자만 지금 확정돼 있고 아직 청문회 안 끝났습니다. 이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

◇ 김현정> 미국 얘기.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일 총리의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생방송 중인 CNN (사진=CNN 영상 캡쳐)
◆ 정세현> 여러 가지 부장관, 차관 등등 임명하고 동아태차관보. 그러니까 북한 대북정책의 실무 책임자인 동아태차관보가 지명이 돼서 청문회를 통과해서 업무를 시작하려면 한 빨라야 5월 말 정도 될 겁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사실 미국의 트럼프나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위협적인 발언까지는 할 수 있겠지만 실제 행동을 취하기는 좀 어려울 거예요. 미국이 그런 나라니까. 미국은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1인 지배체제가 아닌 관계로. 그래서 5월까지는 좀 시간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5월까지는 여유가 있다?

◆ 정세현> 그런데 아무리 위기가 고조되더라도. 그런데 이제 우리가 탄핵이 진짜 3월 초에 끝나가지고 4월 말이나 5월 초까지 대선이 끝나버리면 새 대통령 정부에서, 아무래도 진보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 김현정> 그거는 알 수 없는 거고요.

◆ 정세현> 그렇죠. 미북 간에 다리를 놔서 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 김현정> 진보 성향 대통령이 된다면?

◆ 정세현> 그러나 북한이 계속 물색없이 일을 저질러서 국내 민심이 보수집결 쪽으로 바뀌게 되면 대선에서는 아마 보수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죠. 그렇게 되면 북핵 상황은 더 꼬일 거고 미국간에 다리를 놔줄 사람은 물론 아니니까 북한에 압박만 주장할 거고. 이렇게 되면 굉장히 우리가 어렵고 경제도 타격을 많이 입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어쨌든 5, 6월이, 5월, 6월이 대한민국 외교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될 거다. 이거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이에요, 그 시기가.

◆ 정세현> 그 시기가 한 두 달, 두 달 반 이 안에 빨리 탄핵 문제도 끝나고 대선도 끝나서 새 정부가 들어서도록 상황이 돼야 되는데 북한이 그런 걸 좀 알아야 되는데.

◇ 김현정> 헌재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날지 우리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 그러나 어쨌든 결론은 빨리 나야 한다 외교가 시작돼야 한다, 이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정세현 전 장관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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