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책가방과 실내화, 학용품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하고, 백화점과 온라인쇼핑사이트 등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제품을 꼼꼼히 비교한다.
이왕이면 이름이 알려진 '번듯한' 브랜드 제품을 장만해주려고 가격표를 보면, 웬만한 제품은 모두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게 현실이다. 2월, 그렇게 부모들은 월급 통장 잔고와 아이의 기죽은 얼굴을 번갈아 떠올리며 마음고생 중이다.
13일 부모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최근 '초등학생 책가방, 어느 것이 좋을까요?'라고 자문하는 회원들의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답변에는 빈폴과 닥스, 타미힐피거·헤지스·엠엘비 등이 많았다. 노스페이스·블랙야크·뉴발란스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추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브랜드 책가방의 가격은 평균 10만~15만원에 이르고, 실내화 가방만 해도 3만~5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다. 학기마다 갈아줘야 하는 실내화조차 브랜드 상품의 경우 수 만원대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두 아이 엄마인 김 모(35·여) 씨는 "책가방은 가장 인기 좋은 입학 선물인데, 주위를 보면 빈폴을 많이 사주더라"며 "그냥 책가방만 해도 비싼데, 세트로 사면 가격이 훌쩍 뛰어 '뻥튀기 상술'이라는 불만도 엄마들 사이에서 많지만, 그래도 사주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수 년 전부터 한국에 등장한 평균 70만 원, 비싼 것은 100만 원 이상인 일본산 책가방 '란도셀', 수 십만 원짜리 명품 브랜드 지우개와 필통 등도 끊임없이 육아 카페들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이 "뭘 저렇게까지", "서울 강남 일부 계층 얘기"라는 반응들이지만, 경제적 여력만 되면 한번 사주고 싶다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아들 한 명을 키우는 워킹맘 이 모(34·여) 씨는 "요새는 애들 잠바나 신발도 폴로, 버버리 등 유명 해외 브랜드를 입히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이런 브랜드의 구스다운(거위털 패딩) 가격은 다리가 후덜덜할 정도로 비싸다"라고 전했다.
이런 전반적 아동용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에 대해 고충을 호소하는 부모들도 많다.
이 씨는 "책가방이나 옷뿐 아니라 아이들 몸에 바르는 크림, 아이용 식탁과 의자 등까지 비싸지 않은 것이 없다"며 "(높은 육아 물가 때문에) 애 낳지 말라고 주변에 권유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옷, 가방뿐 아니라 장난감도 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의 하나다.
오히려 부모가 아닌 아이들 입장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신발보다 좋은 장난감에 대한 욕심이 더 크기 때문에, 부모들도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
김 씨는 "요즘 등골브레이커는 로봇 장난감"이라며 "마트에 데리고 가면 하나를 사주지 않으면 애가 드러누워서 아예 집에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뿐 아니라, 인기 장난감의 경우 '조기 품절'로 구하기조차 쉽지가 않아 부모들의 애를 먹인다.
5살 난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육아 카페에서 "터닝메카드 윙라이온은 원래 가격도 10만 원이나 되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터넷에서 값이 두 배로 뛴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입고 여부를 마트에 매일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지만, 아이가 그 장난감을 가진 애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며 계속 따라다니니 안 사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직장인 김 모(43·여) 씨는 "품질과 비교해 가격 거품이라는 것도 알고, 비합리적 소비라는 것도 잘 알지만, 주변 친구들과 비교돼 아이 기가 죽을 생각을 하면 최선을 다해 비싸고 귀하더라도 사줄 수밖에 없는 게 부모 마음"이라며 "그런 심리를 너무 심하게 이용하는 제조, 유통업체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