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페미니즘 책 열풍, 여성단체 성장 만든 건 '입금의 연대' ② '로리콤' 논란, 성적대상화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표정, 새하얀 피부, 일부러 한쪽 팔을 숨기는 등 기묘한 자세, 아슬아슬한 의상 등 미소녀 컨셉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로타와 함께 한 작업물도 거리낌없이 올린다. 로타의 작품은 어린 여성에게 성적 감정을 느끼는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논쟁의 대상이 돼 왔으나, 설리는 개의치 않았다.
아이유도 '로리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가 2015년 발표한 '챗셔' 앨범 수록곡 '제제' 가사에 5살 제제에게 '가장 어린 잎과 꽃을 따라'고 부추기는 내용이 있다며 '소아성애'가 아니냐는 비판이 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아이유의 과거 타이틀곡에서부터 활동 의상, 화보집과 뮤직비디오 등에 '로리콤'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분석과 지적이 나왔다. 아이유가 '로리유'(로리타+아이유)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것도 끄집어내졌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로리콤'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설리와 아이유는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여성 아이돌'이라는 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취한다는 점에서 칭송받기도 한다.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베이비로션을 입은 여자들-설리·아이유, 그리고 로리콤'의 발제를 맡은 손희정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은 '로리콤'으로 대표되는 성적 대상화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의문을 던졌다.
손 연구원은 "설리는 불성실한 태도로 문제가 됐다. 무대 위에서 안무를 대충하거나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f(x) 팬들은 그의 태업에 분노했다. (설리는) 걸그룹 시장이 원하는 건강한 소녀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 안에 휘핑크림을 넣거나 노브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리는 것 등을 설리는 전략으로 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어디를 보는지 알았고, 이런 게 반복되면서 '설리'라는 장르가 생겼다. 이때 설리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설리인가, 대중인가"라고 반문했다.
손 연구원은 "아이유는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에게 '가장 어린 잎과 꽃을 따라'고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가사를 썼다. 지난달에는 수지의 'suzy? suzy!'라는 화보집이 로리콤의 새 예시로 발굴되기도 했다"며 "제가 주목한 것은 아이유의 성장이 말해지고 전시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유가 제제라고 하는 매우 대중적인 5살 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상상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때 아이유의 성장은 2가지 방향인데 하나는 소녀에서 여자가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돌에서 작가가 됐다는 것"이라며 "아이유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대중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섹슈얼리티'였다는 의미다. 아이유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아이유인가. 성적 주체화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제는) 한 여성(아이유)이 오랜 시간 겪어 온, 사회가 해석산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반영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제제에게서 섹시함과 사악함을 읽어내려고 했던 것은 작가적 욕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