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술: 작가들의 이유 있는 음주>

<작가와 술: 작가들의 이유 있는 음주> 는 술이 미국 현대문학 거장들의 삶과 문학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테네시 윌리엄스, 존 베리먼,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 등.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쓴 이 위대한 작가들은 알코올중독에 빠져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을 만큼 그 누구보다 술을 좋아했다. 이들에게 술은 어떤 의미였고, 술이 문학 작품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자는 그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

술을 사랑했던 이 작가들은 못 말리는 방랑자적 기질이 있었고, 불안한 영혼처럼 세계 이곳저곳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나라 안에서도 떠돌아다녔다. 저자 올르비아 랭은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술과 끈끈하게 얽혀 있는 그들의 삶과 문학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국 횡단 여행을 한다. 여정은 테네시 윌리엄스가 숨을 거둔 뉴욕의 한 호텔에서 시작하여 존 베리먼이 불운한 회복기를 보냈던 세인트폴을 거쳐 레이먼드 카버가 말년에 환희로운 생을 살았던 포트 앤젤레스에서 끝난다.

“술은 기분을 돋워줘. 술을 마시면 감정이 고양되고 나는 그런 감정을 이야기로 담아내지. 하지만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맞추기는 힘들어져. 맨 정신으로 쓴 소설들은 시시해. 운세 얘기처럼 김이 빠져. 그건 감정 없이 이성으로만 쓴 글이라 그래.” - F. 스콧 피츠제럴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작가들은 여섯 명 중 네 명꼴로 알코올중독자라고 한다.
저자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접하면서 알코올중독에 적극적으로 직면할 수 있었고, 작가와 술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글을 쓴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굉장하니까요. 그리고 그 스트레스라는 게 어느 정도 나이까지는 견딜 만하지만 차츰차츰 술을 통해 약간은 신경적 의지를 삼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제 경우엔 술을 절제할 필요가 있긴 하죠. 피부에 기미 생기는 것 좀 보세요!” - 테네시 윌리엄스

1973년 추운 겨울날, 존 치버와 레이먼드 카버가 함께 차를 타고 술을 사러 가는 장면에 대한 묘사로 이 글은 시작된다. 그들은 몇 시간 후에 아이오와 주립대로 돌아가 강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술을 사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있다. 문예지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카버는 “그와 나는 만나면 술만 마셔댔다. …… 교수실에서 둘이 함께 있을 때는 둘 중 누구도 타자기 덮개를 벗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25년 5월, 파리의 들랑브르 가에 있던 딩고 아메리칸 바에서 처음 만났다. 나중에는 서로 힐난하는 관계로 변하긴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단박에 서로를 좋아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막 탈고한 피츠제럴드는 이미 미국의 가장 유명한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헤밍웨이를 유망한 청년이라며 편집자에게 추천해주기도 했다. 한번은 이들이 딩고 아메리칸 바에서 티격태격하며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피츠제럴드의 얼굴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데스마스크처럼 변한 적도 있다. 피츠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지 거의 10년이 지난 시점에, 헤밍웨이는 “술도 스콧에게는 음식이 아닌 말 그대로 독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열다섯 때부터 술을 마셨고 사실 나에겐 술보다 기쁨을 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며 열심히 일하고 나서 다음 날 또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살다 보면 착상을 새롭게 전환시켜주고 다른 비행기를 타고 날도록 해줄 만한 것이 위스키 말고 또 뭐가 있을까요?” - 어니스트 헤밍웨이

“아무래도 나 같은 기질의 사람에게는 글쓰기가 자기 파멸적인 직업인 것 같다. 나는 아니기를 바라고 기대하지만, 솔직히 아니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글쓰기는 나에게 돈과 명성을 가져다주지만 글쓰기가 내 음주벽과 서로 엮여 있다는 의혹이 든다. 술이 주는 흥분과 상상이 주는 흥분은 아주 흡사한 면이 있다.” - 존 치버

카버는 에세이 「불」에서 자신의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전적으로 회피한다. 그러면서 글이 잘 안 써지는 것이나 가족들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자신의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가장 상처받고 가장 피해를 입었던 아내와 아이 탓으로 돌린다.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연결 짓길 거부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폭음에 빠지게 된 게 저 자신과 글쓰기를 위해서,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간절히 원하던 인생의 꿈이 가망이 없는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파산자가 되거나 알코올중독자가 되거나 사기꾼, 도둑, 거짓말쟁이가 되려고 작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 레이먼드 카버

올리비아 랭 지음 | 정미나 옮김 | 현암사 | 45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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