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창세기 32장)
야곱은 하인들에 이어 가족도 먼저 보냈다. 그런 다음 야영지에 홀로 남아 다시 기도했다. 그날 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야곱의 팔을 움켜잡았다. 야곱은 그 알 수 없는 괴한과 밤새 씨름을 했다.
씨름이 새벽까지 계속되자 상대는 야곱에게 날이 밝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며 자신을 놓아달라고 했다. 순간 야곱은 자신과 씨름을 하고 있는 상대가 천사라는 것을 알아챘다. 야곱은 자신에게 축복을 내려주기 전에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며 버텼다.
천사는 야곱에게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고는 하느님과 겨루어 이겼으니, ‘속이는 자’라는 의미의 ‘야곱’에서 ‘이기는 자’라는 의미의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꾸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스라엘(야곱)은 자신이 하느님과 맞서고도 죽지 않고 살았다고 하여 그곳을 ‘하느님의 얼굴’이라는 뜻의 ‘프니엘’이라고 불렀다.
(66쪽)
학살당하는 베들레헴의 사내아이들(마태오복음 2장)
헤로데 대왕은 이민족 출신으로서 로마 황제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스라엘의 통치자가 된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받던 헤로데 대왕으로서는 이스라엘의 메시아라는 예수의 탄생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그는 베들레헴으로 가는 동방 박사들에게 아기를 찾으면 알려달라고 하면서, 자기도 가서 경배 드리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사실 헤로데 대왕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즉시 아기를 죽이려는 속셈이었다.
헤로데 대왕은 동방 박사들이 자기에게 오지 않고 곧장 돌아간 것을 알고 분노했다. 예수가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 없게 된 헤로데 대왕은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였다. (368쪽)
간음한 여인과 예수(요한복음 8장)
예수가 성전에서 군중을 가르치고 있는데,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데리고 왔다. 그들은 간음한 자는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여야 한다며 예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예수에게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예수를 옭아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자를 용서하라고 하면 율법을 어긴다고 비난받을 것이고, 여자를 돌로 치라고 하면 사랑과 자비와 용서라는 예수 자신의 가르침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땅바닥에 무언가를 썼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대답을 재촉했다. 예수는 고개를 들고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시오”라고 말하고는, 다시 몸을 굽혀 땅바닥에 무언가를 썼다. 예수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하나 그 자리를 떠났고 마침내 예수와 여자 둘만 남았다. 예수는 “이제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말하고는 여자를 돌려보냈다.(418쪽)
차기태 지음 | 귀스타브 도레 그림 | 필맥 | 524쪽 |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