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페미니즘 책 열풍, 여성단체 성장 만든 건 '입금의 연대'
② '로리콤' 논란, 성적대상화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정고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 연구자는 '2010년대 페미니즘 출판·독서의 양상과 의미'에서 이같은 현상을 "여성혐오 이슈에 대한 저항과 운동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특히 적지 않은 페미니즘 도서가 후원과 기부를 통해 출판되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대한민국 넷페미史',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등 단행본에서부터 페미니즘 시각예술 매거진 '소문자 에프' 등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출간됐다.
정 연구자는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는 것, 소비자로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20~3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입금의 연대'는 단지 책 구매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회원과 기부금이 늘고, 리벤지 포르노와 몰카의 온상으로 지적돼 온 '소라넷' 폐쇄를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후원자들이 증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정 연구자는 이를 '대중페미니즘의 한 단면'으로 바라봤다.
다만 정 연구자는 페미니즘 도서에 대한 지원이 곧바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연구자는 "(페미니즘 도서 판매량 증가와 페미니즘적 실천의 상관관계를) 1:1로 설명하기 쉽지 않고, 이 점을 의식하다 보니 소극적인 의미화가 된 것 같다. 누군가 가부장제 도서를 읽는다고 해서 그게 곧 가부장제 타파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여성혐오 이슈 논쟁이 첨예하고 출판시장에서 그런 책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지식에 대한 독자의 욕망과 출판자본이 맞춰가면서 함께 작동하는 점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주변에 이렇게 페미니스트(이거나 이를 지향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자는 또한 이처럼 표면화된 '대중 결집력'과 '연대'를 넘어, 페미니즘 도서를 읽은 '이후',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