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김수현 파일'로 탄핵심판 뒤집을 수 있나

법리적으로는 미흡, '시간 끌기'로는 이용가치 충분

12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 65일이 지난 가운데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김수현 파일'을 막판 반전카드로 내걸고 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최순실을 이용해 사익을 꾀했다는 정황을 여기서 찾아내 탄핵심판의 국면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를 비롯한 대리인단
김수현 파일은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넘긴 2000여개의 음성파일로, 수사 도중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컴퓨터 등에서 확보된 것이다. 일부 파일에는 고영태씨가 지인과 짜고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정부 예산을 빼돌리려 모의한 정황이 담겼다고 대통령 대리인단은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재단을 설립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탄핵사유를 김수현 파일을 통해 기각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최순실·고영태의 불륜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됐다'는 주장을 강화해 친박집회 지지자 결집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최근 헌재 변론 뒤 "2000개 파일을 분석하면 대통령 측에 유리한 자료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김수현 파일이 국면전환 카드로 적절한지는 알 수 없다. 일부 파일에서는 반대로 최순실이 특정 재벌에 스포츠팀 창단을 종용했다는 내용 등 불리한 정황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사항이 담긴 대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고영태의 사기극으로 둔갑시켜보겠다는 계획인데, 그나마 관련이 있는 29개 녹음파일은 오히려 최순실 국정농단 정황만 자세하게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재판부가 김수현 파일에 대한 대통령 측 판단을 수용하더라도, '탄핵 기각' 선고로 직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고영태씨의 음모가 있었든 아니든, 최순실이라는 비선 민간인의 청와대 무단출입과 국정 비밀문건 무단열람 등 쟁점(비선의 국정 관여)은 그대로 남는다.

재벌기업들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재단 모금을 벌인 대통령 권한남용,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언론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 다른 대통령 탄핵사유도 고영태씨의 존재 여부와 무관한 사항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소속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 개인의 권리 구제 문제가 아니고, 국정농단을 정상화로 돌려 헌법 질서를 정상화하는 일"이라며 "(탄핵사유 중) 어느 하나만 채택하더라도 탄핵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측에게 김수현 파일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법리적 측면 대신, '심판 지연' 전술용으로는 유효한 증거다. 향후 김수현 파일 분석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탄핵심판 선고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그동안 무더기 증인신청 등 수법으로 심리를 지연시켜왔다.

헌재가 대통령 측의 분석시간 요청을 수용하는 경우, '3월 13일 이전 선고' 전망이 어두워지고 박 대통령이 회생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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