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동거를 시작한 건 그로부터 6년 뒤부터다. 결혼식은 물론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4년 가까이 동거한 2010년 6월 A씨가 학교 후배인 주점 종업원과 바람을 피웠고 둘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다.
A씨는 집에만 들어오면 손찌검과 함께 이것저것을 지나치게 간섭하기까지 했다.
참다못한 B씨가 2014년 가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A씨의 간섭은 집착으로 발전했고 폭행도 멈추질 않았다.
A씨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거나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B씨를 때렸다. 주로 30㎝ 길이의 쇠자나 원목 식판 등 주로 집에서 쉽게 손에 잡히는 도구로 폭행했다.
2015년 5월 A씨는 인천에 있는 집에서 B씨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바닥에 넘어진 그를 발로 여러 번 걷어찼다. 당시 B씨는 손가락 등이 부러져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한 달 뒤 B씨가 또 가출해 제주도로 떠나자 A씨는 뒤쫓아갔다. 제주도의 한 커피숍에서 동거녀를 찾은 그는 B씨를 끌고 가려 했고 한 외국인 손님이 이를 말렸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진 끝에 B씨는 쉼터에 머무르다가 미국으로 몸을 피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A씨는 동거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뒤 미국까지 또 쫓아갔다. 미국에서도 B씨를 찾아낸 그는 "장례식장에서 만나자"며 살해 협박을 했다.
지난해 9월 A씨는 흉기까지 손에 들었다. 쇠자로 B씨의 온몸을 때리다가 저항하자 부엌칼을 들이대며 "죽여버린다"고 위협했다.
B씨는 그날 이후 한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금됐다. A씨가 짜준 일과표에 따라 생활했다.
A씨는 동거녀에게 "넌 밖에 나가서 놀 자격이 없다. 매일 반성문 200번을 쓰지 않으면 200대씩 맞는다. 집 밖으로 나가면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한 달간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동거남이 외출했다가 불시에 집으로 들어오는 등 계속 감시했고 집 밖으로 나갔다가 들키면 몸까지 묶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권혁준 판사는 상습상해, 상습특수상해, 감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권 판사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동거녀인 피해자의 온몸을 쇠자 등으로 상습 폭행했다"며 "짜준 일정표에 따라 생활하도록 하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피해자를 소유물로 여기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수단, 방법, 횟수 등을 보면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피고인의 석방을 두려워하는 등 아직도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