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오후 본집회를 마친 뒤 '2월에는 탄핵하라', '황교안도 퇴진하라, 황교안이 박근혜다', '촛불이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헌법재판소 앞으로 행진했다.
주최측 추산 75만명의 시민들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청와대 방면(청운동 주민센터, 자하문로16길 21, 126맨션 앞)으로 이동한 뒤 오후 8시 다시 율곡로에 모여 헌재 방면으로 2차 행진을 이어갔다.
대학원생 윤모(30·여) 씨는 "헌재가 계속 (탄핵을) 기각할 기미를 보이니 추위를 뚫고 나왔다"면서 "15번의 촛불을 평가 절하한다는 건 결국 국민을 무시한다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단체의 태극기집회 때문에 이날 행진에 참석한 시민도 있었다.
포항공대에 다니는 박성빈(20) 학생은 "텔레비전 화면에 펼쳐진 수많은 태극기들을 보고 촛불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나와 보니 그래도 여전히 촛불 수가 많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대학원생 마츠시다 마나(25·여)는 "일본인들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 촛불구경은 할 수도 없다"면서 "이 정도 숫자면 일본에선 (총리가) 바로 그만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행진에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박근혜 퇴진 소원종이 태우기', '액땜민요 부르기' 등과 같은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색소폰, 바이올린, 리코더로 '함께 가자 이 길을'을 연주하는 음악대와 강강술래를 추는 풍물패도 행진대열에 꼈다.
평화시위 기조도 계속 이어갔다.
이날 오후 8시쯤 청운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한 50대 남성이 폴리스라인을 수차례 넘으려고 하자 주위에 있던 시민들이 '미성숙'을 외치며 제지했다.
앞서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본집회에선 '박근혜·황교안 즉각퇴진 및 신속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발언대 위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두 아이의 엄마 오지원 변호사는 "헌법전문에 대한국민은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한다고 돼 있고, 그래서 특검을 만들었다"면서 "특검연장을 포기하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행진 시작 직전 3분가량 촛불을 끄는 소등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스를 보고 울분이 터져 광장으로 나왔다는 김숙자(71·여) 씨는 "설마 탄핵이 될까 했는데 정말 그런 분위기로 흘러 기가 막혔다"면서 "박 대통령이 잘못한 건 최순실을 가까이했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선(37·여) 씨 역시 "아직 죄가 확실하게 드러난 것도 아닌데 먼저 탄핵을 하고 죄를 밝히겠다는 건 잘못"이라고 전했다.
다행히 이날 우려했던 촛불과 맞불 사이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96개 중대 약 1만5600명의 경찰병력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