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비교우위였던 '대권주자 경쟁력' 역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보수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쏠렸고, 당내 유력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지지율 5% 벽을 못 넘은 결과, 김무성 의원의 '후보 교체론' 도전에 직면했다.
반 전 총장 영입에 실패한 김 의원은 자신의 '개헌 총리' 구상을 실현해 줄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유 의원의 '범(凡)보수단일화' 노선과 김 의원의 '제3지대론(論)'이 파열음을 내면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바른정당은 MBN이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개 정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월 둘째주 정당 지지도에서 5.8%를 기록해 8.3%였던 전주에 비해 2.5% 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5개 정당 중 꼴지로 원내 32석 규모의 교섭단체가 6석의 정의당에 조차 밀린 결과다.
하락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조사에서 바른정당은 7%로 4위를 기록했지만, 추세로는 1월 셋째 주 9%, 2월 첫 주 8%에 이어 연속 하락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졸전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탈당파(派)는 보수 입장에선 '배신자'고, 진보에서 보면 민주당, 국민의당에 이어 3순위"라고 분석했다. 낮은 지지율은 보수, 진보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외면당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도 계층에 소구하지고 있지도 못하다. 한국갤럽의 경우 바른정당에 대한 중도 계층의 지지는 9%로 이 역시 4위다. 전통 보수성향의 새누리당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도(10%)보다도 낮다. 진보에선 '꼴찌', 보수에선 새누리당 '2중대' 이미지가 바른정당의 민낯이다.(이상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애매한 포지션은 바른정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창당 초기만 해도 '개혁 보수'에 대한 기대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18세 선거연령 인하, 공수처 신설 등 야권과 공조가 가능했던 개혁 법안이 당내 보수파(派)와 법조인 출신 일부 의원들의 '몽니'에 무산됐다.
분당(分黨) 전후 상황에선 바른정당이 인물 면에서 새누리당에 우위였다. 김무성(6선), 유승민(4선) 의원과 5선 의원 출신인 남경필 경기지사, 3선 출신의 원희룡 제주지사 등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탈당했다. 새누리당은 현재도 황 대행 등 외부인사의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내 주자로 나선 유 의원과 남 의원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유 의원은 3~4%대에서 좀처럼 비약하지 못하고 있고, 남 지사는 1%를 밑도는 지지율로 주요 조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당과 대권주자의 낮은 존재감은 독자세력화 가능성을 낮추며 세력 간 연대 쪽으로 눈을 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 의원은 탄핵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까지 포함한 범(凡)보수 선거연대를, 김무성 의원은 반 전 총장 낙마로 무산된 제3지대 빅 텐트에 대한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특히 독자 후보로 나가겠다는 유 의원과 야권과 개헌연대를 꿈꾸는 김 의원의 노선 차이는 한바탕 대결이 불가피한 갈등 기류를 만들고 있다. 당내에선 유 의원과 김 의원이 합의를 볼 가능성이 낮아 결국 두 사람 경선을 통해 승부를 볼 것이란 전망에 점점 힘이 실린다.
내분 기류는 당직을 놓고 벌이는 볼썽사나운 '자리다툼'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 대표 교체론'이다. 야권과의 개헌연대 전략을 펴기 위해선 '당 대 당 통합'이나 인재영입이 불가피한데, 현재 좁아진 바른정당의 입지로 볼 때 무언가 '큰 것'을 희생해야 야권의 동참을 이끌 유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당내 개헌파(派)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에게 당권을 헌납하거나, 개헌을 전제로 한 3년 임기의 대선후보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양보하자는 주장까지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