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유례없는 소송전까지 불사한 것은 압수수색을 지렛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한 대면조사 협상을 다시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수사 연장의 필요성을 부각시킬수 있다.
◇특검, 靑 압수수색 거부에 정면승부
특검은 10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관해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다.
아울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원고는 특별검사, 피고는 대통령 비서실장·경호실장이 된다.
특검팀은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집행에 나섰다가 불승인 사유서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청와대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소법 110·111조를 방어논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형소법 110조와 111조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특검이 이처럼 입장을 바꿔 초강수로 대응한 데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벽에 막히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이번 조치는 “법리적인 맹점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행정소송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특검은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바로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검 관계자는 "집행 정지 인용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인 만큼 바로 압수수색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인용하게 되면 압수수색 카드로 주도권을 잡고 박 대통령이 거부한 대면조사를 압박할 수 있다.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운 증거나 증거인멸 정황을 확보하면 대면조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수사가 정점을 치닫고 있는 만큼 수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크게 형성될 가능성도 커진다.
1차 수사기한이 이달 말 끝나는 특검은 제기된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선 수사 기간 30일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승인권자인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허용된다면 “압수물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사 기간 연장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특검의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 이익을 해치는 상황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해 다음주 초 정지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압수수색 승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특검 수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지만 전망은 크게 갈린다.
우선 국정농단의 진원지라 할수 있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한 요구가 정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형소법 110조와 111조의 예외 조항에 따라 가처분 신청은 당연히 인용될 것"이라며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주면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해서 힘이 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특검의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 불승인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통해 승인하라는 소송 형태는 없어 각하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용이 되더라도 압수수색이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집행 정지는 압수수색 불승인에 대한 정지 처분이지, 압수수색을 승인하란 의미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향후 특검 수사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용이 되면 특검이 바로 청와대를 겨냥한 강제수사 돌입하거나 시도할 동력을 얻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특검수사가 또다시 장벽에 부딪힐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