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NH농협 2016~2017시즌 V-리그 5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는 팀에 새로 합류한 대니의 데뷔전이었다. 대니의 활약은 합격점을 주기엔 존재감이 다소 떨어졌지만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대니는 이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2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6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46.4%로 조금 아쉬웠다.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공격 점유율을 25.7%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톤의 리그 평균(20.8%)보다 소폭 높은 수치다. 다른 팀들의 외국인 선수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지만 문성민에 집중되던 공격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대니다.
최태웅 감독은 "생각보다 잘했다"고 대니를 평가했다. 체력과 세터와 호흡 문제는 숙제로 남았지만 팀 동료들과 조화는 합격점을 받았다. 최 감독은 "(세리머니 할 때) 너무 뛰어다녀서 (체력 안배를 위해)'많이 뛰지 말라'고 말했다"며 "선수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고 설명했다.
대니를 상대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다소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박 감독은 "좋은 선수지만 훌륭한 선수는 아닌 것 같다"며 "현재 교체 선수로서는 최상의 선수지만 톤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비슷하다. 공격 분석이 되면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두 감독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현대캐피탈은 대니로 '봄 배구'까지 마칠 계획이다. 최 감독의 생각도 그렇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현대캐피탈을 덮쳤다. 외국인 선수 문제를 해결하자 이번엔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회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잘해준 선수들이 순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리그 막판에 흔들리자 최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 감독도 "대한항공전은 외국인 선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선수들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스피드있게 하던 부분들도 조금 둔해졌다. 하나둘씩 틀어지면 리듬이 깨지기 마련이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한 경기로 선수들의 부진을 논하기란 무리가 있다. 최 감독도 선수들의 기량을 탓하기보다는 간절함 부족하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최 감독의 인내심은 3세트에서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5-10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작전 타임을 부른 최 감독은 "너희들이 배구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 약속하고 그렇게 해주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한 명씩 코트에서 빼겠다"고 선수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최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에도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 "항상 좋은 얘기만 하고 들을 수는 없다"며 "감독의 요구사항도 있겠지만 선수들 스스로 노력해서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 사실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분위기였는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선두 대한항공과 격차 줄이기에 실패한 현대캐피탈. 흔들리는 국내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최태웅 감독은 또다른 숙제를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