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트라이아웃, 현실의 ‘벽’과 ‘변화’

현대캐피탈은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 톤을 돌려 보내고 대체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선수의 몸 값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제안마저 뿌리치는 해외 리그 팀의 거절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끝에 사실상 '무소속선수'였던 대니를 데려왔다.(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015년 4월 처음으로 트라이아웃을 통해 여자부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종전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당시 과도한 경쟁으로 구단의 지출이 늘어나는 단점을 보완하고, 유망주 육성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외국인 선수의 경기력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우려도 있지만 더욱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보는 맛’이 늘어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기대했던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경기나 훈련 도중 다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당 팀은 상당한 금전적, 시간적 지출이 불가피했다.

실제로 2016~2017시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팀은 일제히 불만을 털어놨다. KOVO가 정해놓은 기준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KOVO는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경우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를 대상으로 제한했다. 트라이아웃에서 각 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나서는 만큼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하는 팀은 원하는 선수가 속한 팀에 소정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데려와야 한다.

이 경우 V-리그 팀은 철저하게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A팀은 눈여겨본 선수의 이적을 제안했지만 시장 가치의 3배 이상을 원하는 현 소속팀의 ‘사실상 거부’에 입맛만 다셨다. A팀 관계자는 “대체선수를 선발하게 되면 주도권은 상대가 쥐는 만큼 생각처럼 영입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트라이아웃과 대체 선수까지 영입하는 비용이 과거 자유계약으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오히려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일부 구단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뽑는 현 제도를 유지하되 2명의 외국인 선수 또는 아시아쿼터를 도입해 1+1의 외국인 보유제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 헐리를 데려오기까지 두 차례나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불운을 겪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외국인 선수 확대의 ‘명’과 ‘암’, 그리고 작은 변화

성적개선을 위해 외국인 선수의 확대를 찬성하는 구단도 있지만 반대하는 구단도 분명하다. 이유는 돈이다. 일부 구단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트라이아웃을 도입했는데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데려오면 그만큼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KOVO 역시 외국인 선수의 확대는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대진 KOVO 홍보마케팅 팀장은 “외국인 선수의 확대는 결국 국내 선수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금도 유망주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성적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늘린다면 결국 코트에 외국 선수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구단의 의견이 모여야 하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는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KOVO는 현 규정에서 구단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작은 변화는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이사회에서 트라이아웃 관련 규정을 수정해 혹시 모를 외국인 선수 교체 시 V-리그 팀의 선택지를 늘렸다.

2017~2018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경우 남자부는 현재 초청 순위 50위 이내의 선수로 대상을 한정했던 것을 70명까지 확대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V-리그에 이미 선발된 선수를 제외하고 교체 가능한 후보의 수를 70명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팀들이 10명 안팎의 후보 가운데 선택해야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변화다.

여자부는 변화의 폭이 더 크다. 트라이아웃에 신청한 선수 전원이 대상이다. 다만 남녀부 모두 트라이아웃 신청 후 불참한 선수는 대체선수 선발에서도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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