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특검의 우병우 수사 왜 변죽만 울리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특검의 1차 수사기간 70일 중 50일이 지나고 이제는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보다 더 어렵게 이뤄지고 있는 수사가 있다. 바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다.

검찰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윤갑근 고검장을 팀장으로 앉혔는데 4개월여 동안 미적대면서 우 전 수석의 눈치만 보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일정조차 잡지 못한채 주변만 맴돌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영수 특검의 우병우 수사 왜 변죽만 울리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아니 아직 소환일정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거냐?

= 그렇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언급한 건 그제(8일) 정례 브리핑에서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우 전 수석 소환 시기와 관련해 "수사 종료 시점 등을 고려할 때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의 한 관계자도 "다음주 중에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초 또는 주말쯤 소환할 예정'이라거나 언제쯤 소환하겠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다음 주말까지는 조사돼야 한다'는 원론적이면서 희망적인 얘기만 한 것이다.

▶ 다음주에 소환이 안 되면 수사가 안 되는 거냐?

=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질것이다. 일정상 계산을 해보면 먼저 소환조사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영장심사를 하고 추가 수사를 통해 기소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소환한다고 바로 나오라는 법도 없다. 우 전 수석은 국정조사 증인출석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사실상 도주를 한 전례가 있다. 그럴 경우 2~3일은 금방이다.

법조계에서는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우 전 수석을 소환해야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13일이나 14일 중에는 조사를 해야 15일이나 16일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의 영장심사에 2~3일이 걸릴걸 감안하면 겨우 기소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검에서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조만간 소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데 이어서 일주일이 지난 8일에는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조사돼야 한다'는 것이니까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수사는 사실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을 왜 아직도 소환하지 않는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국정농단 방조 등이 아닌 개인비리와 가족비리에 수사가 집중돼 있다. (사진=자료사진)
▶ 특검 수사가 변죽만 울린다고 했는데? 핵심을 피한다는 거냐?

=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개인비리와 가족비리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핵심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비호하거나 묵인 또는 방조했느냐 여부다. 특검의 수사는 이부분에 집중돼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최근 그림의혹과 관련해 학고재 대표를 소환했고 우 전 수석의 아들 보직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경찰관을 소환했다.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수사다.

검찰출신의 한 중견 법조인은 "특검 수사의 핵심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비호나 방조, 묵인. 은폐 이게 핵심인데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그림'이나 '코너링' 같은 사이드로 돌면서 스텝이 꼬이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을 압박하려는 카드로 여겨지지만 형사처벌보다는 도덕적인 비난 가능성이 높은 혐의들이다.

▶ 왜 이렇게 변죽만 울리고 있는거냐?

=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이 법률 미꾸라지로 불릴 정도로 철두철미하다보니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특검이 봐주고 있는 건지 의문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들 중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가장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뭘까? 가장 확실한 '스모킹건'은 롯데수사와 관련된 정보유출일 것이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는데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 70억원을 돌려줬다. 재단이 롯데 쪽과 3개월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70억원을 며칠 뒤 갑자기 돌려준 데는 수사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이 파다하다. 최순실씨가 갑자기 돌려주라고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주요 수사 관련 정보는 대검을 통해 법무부에 보고되고 다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된다. 당연히 의혹은 검찰이나 법무부가 아닌 민정수석실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보유출 과정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수사 정보가 보고된 라인을 따라서 관련자들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특검에서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현직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못하고 있다는 거냐?


=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안하고 미적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 수사대상은 9호와 10호에 명시돼 있다. 9호에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건과 관련하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비서관 재임기간 중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 또는 비호하였다는 의혹사건"이고 10호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의 모금 및 최순실(최서원) 등의 비리행위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해임되도록 하였다는 의혹사건" 두 가지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진=자료사진)
10호와 관련해서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조사하는 등 수사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9호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수사가 이뤄졌는지 미지수다. 수사정보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본질에 접근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의 내부사정을 잘아는 한 중견법조인은 "특검내부에서 현직 검사들 조사를 두고 내부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롯데 압수수색 정보 유출과 관련해 "법무부의 관련부서를 수사해서 민정수석실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보고했는지를 수사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미적대면서 증거인멸의 시간을 준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여부에 대해 수사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특검은 아직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혹시 우병우 전 수석을 봐주려는 거냐?

=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김기춘·조윤선 등 블랙리스트 수사를 해온 이용복 특검보 팀에서 맡고 있다. 법률 미꾸라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구속할 정도로 열심히 수사해온 팀인 만큼 수사의지를 의심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검 내부사정을 잘아는 한 중견법조인은 "수사기록이 4~5만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수사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수많은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우 전 수석을 소환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문제에 대해 특검내부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수사팀에서는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더라도 책임자가 판단을 유보하거나 까다롭게 해석할 경우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각별한 사이라는 건 이미 잘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양재식 특검보는 우 전 수석과 친구 사이고 윤석열 수사팀장도 우병우 전 수석과 아주 가까운 사이다. 특검팀은 박영수 특검과 박충근, 이용복, 이규철,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6명이 지휘부 회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절반이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이른바 '제척대상'이 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이다.

수사팀에서는 우 전 수석을 소환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박영수 특검이 '좀 더 수사해보라'며 미루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 우병우 전 수석을 구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가?

= 구속이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것이고, 특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강제 모금 등에 대한 이석수(54) 전 대통령 직속 특별검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이 전 감찰관의 해임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거운 혐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사진=자료사진)
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들을 불법 감찰해 한직으로 좌천시키고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승객 구조 책임 방기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특검에서 들여다보고 있지만 수사대상인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특검법을 자세히 살펴보라"면서 "김기춘 전 실장 수사를 하면서 수사대상인지 여부를 두고 하도 골머리를 앓아서 면밀히 살펴보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물론 박영수 특검팀에서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그동안 수사한 걸 모두 모아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특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범죄 구성될 수 있는 걸로 (영장을 청구)해야지 정치적 책임 부분 영장칠 수 없다"면서 "범죄 구성될 수 있는 걸 찾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쉽지 않다는 걸 말하는 것일텐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어려워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하게 한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표현을 할까 싶기도 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우 전 수석 소환과 구속영장 청구를 대미로 장식하려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는 전망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건 분명해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