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조사를 피하려는 행위가 사법처리 과정에서는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10일 사정당국과 특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대면조사를 기피하는 일련의 행보를 보이는 박 대통령에게 장차 사용할 '압박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현직 신분에서 물러난 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불구속' 수사 대신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특검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특검 연장 관련 법안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수사 종결 전 탄핵안이 가결돼 박 대통령이 현직 신분에서 물러난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특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의 신병에 관련한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만 해도 검찰 내부적으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던 사안"이라며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 여지를 열어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측은 자꾸만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인데도 유리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보좌진이나 변호인이 (박 대통령에게) 검찰 수사 방식을 제대로 건의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은 본인(박 대통령)이 판단을 잘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요 사건에서 수사의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다. 현직 검사들도 대기업 총수, 정치인 등 유력 인물들을 구속 수사하는지, 불구속 수사하는지에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거나 "사회적 파장" 등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면 검찰의 거센 반발이나 영장 재청구 수순이 이어지는 이유다.
따라서 피의자 측은 구속기간 20일 동안 구금돼 조사받지 않고 재판에 넘겨지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검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외부 언론플레이 등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현재 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를 받게 될 경우 일반 피의자처럼 묵비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현직 대통령 신분이란 점 등을 의식해 조사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진술하는 과정에서 혐의와 관련한 단서가 포착될 가능성 때문에 대면조사를 피하려는 심산이지만, 이대로는 특검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과 같은 박 대통령 측의 '전략'으로는 오히려 특검의 '명분'을 쌓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특검은 박 대통령이 면담 조사할 것이라고 생각 안 할 것"이라며 "몇 번이나 (대면조사하려 했으나) 거절했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 하지 않고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고, 탄핵 절차를 밟는 동안 동안 기소를 못하니 수사 결과만 쥐고 있다가 탄핵 되면 기소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은 박 대통령 측의 '몽니'를 뛰어넘는 행보로 혐의를 구체화할 만한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하고 입증을 자신하고 있으며, 주요 피의자들의 특검 수사 협조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가로막힌 상황에서도 선처를 호소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입수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2년여간 지시한 내용이 빼곡히 담긴 이 수첩들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가지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