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주민들 '완전 고립'…섬이 된 '구제역 마을' ② 사상 최악 AI에 구제역 까지…축산농 '망연자실' ③ AI에 구제역까지 쑥대밭…연천 A형 北 유입 의심 |
지난 6일 한 농장에서 구제역이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이튿날 확진 판정이 난 전북 정읍시 산내면의 마을은 침울했다.
9일 찾아간 산내면은 간간이 방역차량이 줄지어 이동할 뿐 차량과 사람의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강한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은 침울한 농촌마을을 더 스산하게 만들었다.
구제역이 발병한 농장이 있는 마을은 외부로 통하는 두 개의 도로가 모두 막히면서 섬이 됐다.
24가구, 41명의 주민은 완전히 고립된 채 집 밖 출입도 자제하고 있다.
산내면사무소 관계자는 "이 마을은 8가구가 340마리 가량 소를 키우는데 어제(8일)까지 살처분을 마치고 매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새끼를 내서 송아지 때부터 키워 온 농장주들은 마음이 좋지 않아 밥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확산의 불안감은 인근 마을까지 스멀스멀 번지고 있다.
인근에서 소를 키우는 정일삼 씨는 "지척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누가 온다고 해도 만류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난 마을에 선후배가 많이 살지만 그 사람들 속이 말이 아닐 것 같아서 전화하기도 그렇고 안하자니 미안해서 난감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주민 A 씨는 "그 농장주는 그동안 예방 접종도 잘 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자 신속하게 신고하는 등 초동 대처도 잘 했다고 말했다"면서도 "무척 성실하고 착한 후배인데 자기 때문에 이웃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짠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 농장주들은 방역 체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농장주는 "마을 쪽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아예 방역을 하지 않고 나가는 차량도 축산차량만 방역을 한다"며 "농장주들도 승용차를 몰고 움직이는 일이 많고 밖에서 오염된 차량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왜 반쪽짜리 방역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취재차량이 이날 산내면과 구제역 발병 농장이 있는 마을을 오가는 동안 방역초소를 지났지만 한 차례도 방역을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