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평창은 다르다. 개막까지 꼭 1년을 앞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의 동계올림픽 메달 지도는 확 바뀔 전망이다. 역대 최다인 20개 메달(금8 은4 동8)은 다양한 종목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는 최근 세계정상권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썰매 종목이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의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BS연맹), 스켈레톤의 윤성빈(23·한국체대)이 유력한 메달 후보다. 최근까지도 썰매종목의 '불모지'였던 한국은 꾸준한 투자와 지원으로 원윤종-서영우가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윤성빈도 세계랭킹 1위를 경험했다.
올 시즌 원윤종과 서영우는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다양한 변화를 꾀한 탓에 다소 부진한 결과도 냈다. 윤성빈 역시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역전을 허용하는 대회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트랙 적응이 성적과 밀접하게 연계되는 만큼 경쟁 선수보다 많은 훈련으로 근소한 경기력 차이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윤성빈은 최근 10년 넘게 '1인자'로 군림하는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가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모두 개최국 선수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윤성빈은 최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도 포기하고 평창 트랙 훈련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과 달리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선수를 찾지 못한 루지는 세계최강인 독일 출신의 아일렌 프리슈를 특별 귀화로 영입해 메달을 노린다. 독일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프리슈는 촉망받는 유망주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은퇴했지만 독일 출신 사터 스테펜 감독의 설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102개 가운데 무려 50개가 걸린 스키 종목에서도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대표주자는 스노보드계에 떠오르는 신예 이상호(22·한국체대)다.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선수의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는 등 분명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스노보드 종목이 워낙 변수가 많은 탓에 세계 정상급 기량까지 올라선 이상호의 깜짝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모굴스키의 간판 최재우(23·한국체대), 크로스컨트리 기대주 김마그너스(19)도 기대가 크다. 최재우가 평창 대회의 메달이 기대되는 재목이라면 김마그너스는 2022년 베이징 대회의 메달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다.
지난 소치 대회에서 전국민의 큰 관심을 받은 컬링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당당히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상 첫 동계올림픽 출전에 나서는 아이스하키 역시 세계적 수준의 ‘높은 벽’과 당당히 맞설 기회다. 평창이 한국 동계올림픽 메달 지도에 일대 격변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