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는 결론나서 4월말이나 5월초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3월 13일 이후에 헌재 결정이 내려지거나 기각이 될 가능성이 최근들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탄핵 기각을 주장하지는 못해도 최근들어 부쩍 돌출발언 형식으로 탄핵 기각 또는 선고 연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8일 당내 회의에서 "누구도 탄핵 결과를 예단하거나 탄핵 인용만이 정의인 듯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지어 이날 오후에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는 김진태 의원이 발언 기회를 얻어 탄핵반대집회에 참석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아직 박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품고 있는 새누리당이 당 상징을 태극기가 연상되도록 한 것이나 대통령 탄핵 등 비상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특례 규정을 새로 마련한 것도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세가 돌변하자 설 연휴 이후부터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들어갔던 야 3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이 아연 긴장하면서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가 8일 긴급 모임을 갖고 탄핵 조기 인용을 촉구했다. 정책 문제와 정치 현안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가던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모처럼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야 3당은 이번 주말 열리는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촛불현장을 지켜왔던 이재명 성남시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안희정 등 다른 후보들의 참석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 계획과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촛불집회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참여인원이 줄고 피로감도 밀려오는 반면 늦게 시동이 걸린 탄핵반대 집회는 탄력을 받는 양상에서 박근혜 정권은 이미 끝났다는 촛불민심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주 촛불집회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물론 야당과 야당 대선주자들에게도 상당한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