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이용됐던 이들 개인정보는 보관과 삭제 등을 위한 정기적인 처리 매뉴얼이 없을 뿐 아니라, 언제부터 얼마나 이들 자료가 유출됐는지 등 피해 규모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수사관 이름 폴더에 개인정보 수두룩
심지어 수사관 이름이 붙은 폴더에 가지런히 정리도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컴퓨터는 인터넷 접속을 위해 외부망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컴퓨터로 수사 자료를 다운받기도 했다"고 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이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들이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화면이 잠기도록 설정은 돼 있지만, 화면 바로 아래에는 로그인이 가능한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 사실상 교통조사계 사무실에 드나드는 불특정 민원인 누구나 영상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는 환경이다.
◇ 비번 모른 채 "삭제 프로그램 있다"…우왕좌왕
경찰 측은 결국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같은 문제가 발견된 강북경찰서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한 달에 한번 자료를 지우는데 1월의 경우는 왜 안 지웠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들은 모두 해당 자료들이 언제부터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무려 2014년 자료도 부지기수다.
수사에 사용된 이들 자료에 대한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우왕좌왕하며 현장마다 다른 설명을 했는데, 이는 민원인이 접근 가능한 컴퓨터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찰 서 안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 경찰 "보안 인식 부족했던 것" 문제점 인정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사관이 이용하는 컴퓨터는 배정부터 재배정까지 포맷이 확실히 이루어지는데, 민원인이 접근하는 컴퓨터 관리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는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국민들의 개인정보는 고스란히 드러나게 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공인법센터 이지은 간사는 "수사를 목적으로 활용된 영상 자료는 목적을 다하는 순간 파기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원인 등이 접근 가능한 경찰서 내 컴퓨터에 대해 정기적으로 초기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남은 자료를 모니터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실시할 것을 전국 일선 경찰서에 전달하고, 해당 컴퓨터를 이용하는 민원인에게도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