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친박신문 '가짜뉴스'에 선관위 '이중잣대' 논란
② "가짜뉴스 불똥 튈라"…대선 앞둔 정치권 비상
③ "가짜뉴스 지나친 규제, 언론에 재갈 물리는 꼴"
끝.
가장 예민한 곳은 정치권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 하면서,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 정당은 실시간으로 각종 SNS를 비롯한 온라인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곧 다가올 대선에서 허위·비방성 가짜뉴스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히고, 중앙선관위 및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 '비방·흑색선전 전담 TF팀'을 구성했다.
◇ 가짜뉴스, 미국 대선 좌지우지?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들이 널리 퍼지며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친(親) 트럼프 성향의 가짜뉴스가 당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가짜뉴스로는 '힐러리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팔았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등이다.
실제로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일 미국 대선일 전 3개월 동안 공유·댓글 등 페이스북에서 미국 주요 언론사가 생산한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가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진짜뉴스의 공유·반응·댓글 건수가 736만 7000건인데 반해, 가짜뉴스는 871만 1000건에 달했다.
이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페이스북은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과 제휴를 맺어 페이스북에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도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했다.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세력이 가짜뉴스를 쏟아내자, 법무부 장관은 "SNS에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자는 징역 5년 처벌이 가능하다"고 엄포했다. 내무부 장관도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을 막는 별도의 정부 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대선 앞둔 韓도 가짜뉴스는 진행형
페이크뉴스가 영향을 끼친 실제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인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노동신문 기사를 근거로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주장했는데, 가짜뉴스에 속은 것이었다.
친박 단체 커뮤니티에는 영국의 아우구스트그라드 대학교 소속 '아크튜러스 멩스크 교수'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비판했다는 내용의 기사 캡처가 올라왔는데, 이 역시 가짜뉴스였다. 멩스크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이다.
일본의 석학 '히키가야 하치만 박사'가 촛불집회에 대해 "이해 불가한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는 글도 친박 세력 사이에서 많이 공유됐는데, 역시 가짜뉴스였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일본 애니메이션 '페이트'의 캐릭터 명이다.
대선 행보를 걷다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역시 페이크뉴스에 피해를 입었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출마를 유엔법 위반이라며 반대한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일부 언론에 보도했다.
이밖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금 200톤에 달하는 비자금이 있다는 이야기도 대표적인 가짜 뉴스로 꼽힌다.
◇ "가짜뉴스 대응 전담기구 설치" 목소리도
깎아내리기 위한 허위·비방 목적의 가짜뉴스 유포가 반복되면서, 한국도 외국과 같이 전담기구를 설치해 가짜뉴스에 신속히 대응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가짜뉴스 퇴치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전 사무총장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 가운데 7~8개는 가짜뉴스였다는 보고가 있다"며 "가짜 뉴스 생산과 유통을 막는 법적 정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이 센터에는 6000건에 가까운 신고가 접수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네거티브 대응팀' 구성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권가도에 오른 이상 언론과 국민의 자유로운 검증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권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비방과 가짜뉴스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지난달 2일부터 중앙선관위와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 '비방·흑색선전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182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소셜 미디어 업체도 공동 대응 중이다. 선관위와 페이스북 한국지사는 '페이스북 관리자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가짜뉴스를 담은 게시물을 발견하면 신속한 삭제와 함께 선관위에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협의를 마쳤다.
페이크뉴스 이슈가 불거지면서 독자들이 가짜뉴스를 직접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예로 스웨덴 언론사 '익스프레센'은 2개의 링크로 독자들에게 뉴스의 진실 여부를 가릴 수 있도록 했다. 기사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이를 지적할 수 있는 피드백 링크, 해당 기사가 문제 있다고 보일 때 언론 규제기관인 '프레스 옴부즈만'에 신고할 수 있게 하는 링크였다. 익스프레센의 미트 미디어 편집장은 "이는 언론이 스스로 윤리성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언론사들이 시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인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언론에는 팩트를 종합적으로, 맥락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하고, 뉴스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계정을 폐쇄하는 등 사후적으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간단한 정보만 체크하더라도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가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믿을 만한 매체인가, 기자 이름이 명시돼 있는가를 보는 것이 가장 처음이다. 주로 페이스북에서는 댓글을 달거나 공유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만큼, 본문 내용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며 "과거의 기사가 현재 벌어진 일인 양 둔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기사가 쓰인 날짜도 꼼꼼히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