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때만 하더라도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범여권 또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후보로 유력시됐다. 특히 설 연휴를 전후해 전 반 전 총장이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을 연쇄적으로 만나면서 제 3지대 빅텐트 논의가 무르익는듯 했다.
유례없이 복잡할 것 같던 야권 대선구도가 불과 일주일만에 민주당 대 통합된 국민의당의 1대1구도로 간결해 진 것이다. 야권 판세가 1대1 대결구도로 완성되어 가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통합은 멀어져가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에서 주요 정치인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러시를 이루고 있지만 완주나 의미있는 득표보다는 대선 이후 정국을 내다본 정치적 포석이거나 2018년 지방선거 등을 겨냥한 개인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관건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여부다. 그가 출마하면 범여권 대선구도는 황 대행과 유승민-남경필 대결에서 승리한 바른정당 후보가 양립하면서 보수표를 나눠 가질 것이다. 황 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보수표가 바른정당 후보에게 옮겨가고 이른바 '샤이 보수'표도 보태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야권 후보 2명에 범여권 후보 한 명 또는 두 명이 경합하는 4자구도 혹은 3자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는 보수후보 단일화가 성공하면 시너지 효과도 예상되지만 여론이 뒷받쳐줄지는 미지수다.
보수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야권 후보 절대 우위인 현재의 구도가 변하지 않는한 보수진영 후보의 경쟁력이 민주당 후보에 필적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지점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철수 전 대표가 "박 대통령 당선을 도운 사람은 자격이 없다", "새누리당이 쪼개졌지만 양쪽 다 이번에는 다음 정권 욕심을 낼 자격이 없고 대선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데는 국민의당과 보수진영의 '국보연대'를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 많다. 반문(反文)연대 후보로 자신이 나서 보수표를 흡수, 민주당 후보와 1대1 대결구도를 만들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변수는 있다. 국민의당 주요 기반인 호남 민심이 보수진영과의 연대를 용납할 지 여부다. 호남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면 국민의당 호남지역 의원들은 보수진영이 아닌 민주당 쪽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연대가 지금은 물건너 간 것 같지만 꺼진불도 다시 봐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